햇살이 나름 부신 한글날~!!
대전시청의 천막농성장의 아침도 그렇게 밝았다.
발달장애인의 생존권 쟁취를 위한 천막농성 12일 차~!!!
밝아오는 아침을 맞으며 잠시 집으로 향했다.
농성장을 지켜주는 다른 분 덕분에 집에서 잠시 쉴 수 있는 휴식시간.
집에 있는 가족들 아침을 챙기고 밀린 일을 잠시 해야 한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았다.
올해 10월은 그냥 대전시청의 주변 풍경을 보면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법에 의거한 발달장애인정책 7대 요구안을 내놓았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가을은 내겐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 무엇하나?
내 자녀의 미래는 암담하기 그지없는데...
법은 있는데 그 법이 내 자녀의 권리를 보장하거나 지원을 하지 않는데...
(발달장애인법의 정식 명칭은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그냥 슬픈 것을 떠나 분노가 일어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올해 18살이 되는 아들을 데리고 살면서 이렇게 정적으로 산 적도 없는 것 같다.
백만 스물둘의 에너자이저 아들과 살아가다 보니 내게 있어서 휴식은
아들과 어디라도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이었는데....
천막에서 노숙농성을 하다 보니 행동반경이 코딱지만큼 작아진 것이다.
덕분에 아들도 자신의 일이기에 휴일엔 엄마가 있는 천막에서 함께 보내고...
이러한 부모의 절박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간은 흐르고
협상의 물꼬를 트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맞는 아침은
늘 시리고 시리다.
잠시의 짬을 내어 집에 와서 가만있으려니 가슴이 답답했다.
남편에게 영평사에 가고 싶다고 했다.
매일 하는 백팔배를 영평사에서 하고 싶었다.
슬픔에서 분노로 이어지는 내 마음을 다독이고 싶었다.
십여 일의 노숙으로 마음 골이 깊어진 내 마음을 읽어준 남편은
내 의견에 따라 그렇게 영평사로 차를 달려줬다.
대웅전으로 들어서는 순간 남편이 발견한 언니...
"처형도 왔네..."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우연히 만난 우리는 법당에 들어가
정갈한 백팔배를 했다. 아들도 옆에서 열심히 나를 따라 했다.
마음이 개운해졌다...
올해는 영평사에 오지 못할 줄 알았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줄도 모르고 그냥 가고픈 마음에 왔을 뿐인데...
저녁이 가까운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어쨌거나 무념무상으로 그냥 가고팠던 곳을 갔고
생각지 않게 언니네 가족도 만나서 잠시지만 회포도 풀었다.
전날 아들은 천막농성장에 있으면서 이모네 누나와 형이 보고프다고 했는데
이렇게 아들의 소원은 이뤄진 것이다.
게다가 함께 하는 백팔배는 마음의 무거운 돌을 내려준 느낌이었다.
백팔배를 하는 동안은 그냥 무념무상이다.
그 자체가 좋다.
그리고 백팔배가 끝난 다음 마음을 모아서 '나 돌아보기'를 한다.
그 시간이 참 좋다.
무엇을 간절히 이뤄지게 해달라기보다는 그것을 위해
내가 초심의 마음으로 정진하도록 기원을 하곤 한다.
천막농성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의 독기는 쌓일 수밖에...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천막농성장을 찾아 발달장애인의 현실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들으면서 공감하는 시민과 부모님들이 늘어나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벌써 영평사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또 지났다.
그 사이 몇 번의 미팅과 협의회를 통해 우리의 요구안에 대한 이해도는
조금 높아진 것 같다.
문제는 그것을 현실화하는 일이다.
의지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예산이 필요하다.
이 역시도 지루한 싸움이 되지 않길 바란다.
법에 보장된 것을 보장받기 위한 이러한 가슴 아픈 대치가 없는 세상이
언제쯤이나 올까?
잠시 들린 집에서 타닥타닥 자판을 치는 마음에 창으로 스치는 햇살보다
진한 아픔이 스민다.
이 아픔이 빨리 사라지길 바란다.
구절 초향처럼 지극한 부모의 마음이 현실에 반영되길...
난 내 아들과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플 뿐이다.!!!
그 마음을 담아 난 오늘도 대전시청의 천막농성장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