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그림자를 찾아...

-대청호반길 산책(6-1. 6-2번 길)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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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기분이 울적하면 울적한 대로,

생각이 많아지면 많아지는 대로

이유를 달지 않아도 찾아가면 마냥 좋은 곳.

아들과의 의견 일치로 다시 찾은 대청호반길이었다.

신록이 부서지는 햇살을 맞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곳에

발길을 디딘 순간부터 마법사가 된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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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가물기는 마찬가지...

그래도 몇 해전의 가뭄보다는 조금 나은 듯하다.

바위에 걸터앉아서 아들과 휴식을 취하면서

가져간 간단한 간식도 먹고 책을 보았다.

이렇게 고즈넉한 곳에 와서 다만 몇 줄의 책이라도 접하면

커다란 보물을 찾은 듯 기분이 좋아져 늘 지니고 다닌다.

그 와중에도 내 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려 자라는 식물들이다.

마치 장애가 있는 울 아들 같아서 자꾸 눈이 가고 마음이 쓰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존재를 알고 알리는 것이라는 생각에

어여쁜 꽃을 담을 때보다도 더 정성스럽게 그들을 담는다.

고맙구나... 그리고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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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반길은 늘 신선한 산책을 선물하곤 한다.

신록의 그늘을 모자 삼아 걷노라면 절로 흥얼흥얼 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가다가 발길을 잡은 이는 바로 질경이~!!!

"아들, 엄마 어렸을 적 놀이 하나 하고 갈까?"
질경이 줄기를 뽑아 서로 엇갈려 힘겨루기를 한다.

승부에 관심이 별로 없는 아들에게 오버액션으로

엄마가 이겼는지, 아들이 이겼는지를 확인시키곤 하이파이브를 한다.

"엄마가 어렸을 적에 친구들이랑 즐겨하던 놀이야..."



다시 걷다가 만난 지장풀~~!!

두 줄기를 엮어 상대를 넘어지게 했던 놀이도 기억이 나고,

'결초보은' 고사성어도 떠올리게 하는 풀.

검색해보니 '그령'이라고 한단다.

그래도 내겐 여전히 정겨운 지장풀이 좋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쑥 당겨 끝을 잘근잘근 씹으니 살폿 단물이 오른다.

아들에게 하나를 권하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저멀리 내달려 버린다.

추억이 없는 아들에겐 그저 풀일 뿐인 것을...

나도 예전에는 잘 먹었던 풀인데... 이젠 추억을 먹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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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연꽃마을에 갔다.(대청호반길 6-2번 길이다...)

이제 애써 가꾸지 않는지 잡풀이 어우러져 있지만

그 와중에도 보이는 마가렛과 개망초, 달맞이꽃, 꽃양귀비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개를 무척 무서워하는 아들에게 송아지만 한 개가 목줄도 없이

갑자기 등장해 한차례 소동을 만났지만 풍경만큼은 좋았다.

개를 데리고 온 분들은

"괜찮아. "

라고 말하지만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들에겐 하나도 위안이 되지 않는 것을

그분들은 모르겠지... 그러니 그렇게 자유를 주었겠지...

덩치에 비해 예고 없이 움직이는 동물에 대해 두려움이 큰 아들에겐

이런 자유시간마저도 두려움의 시간을 만드니...

예측할 수 없는 그들의 출현에 늘 초긴장을 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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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늘 나를 앞서간다.

나란히 걷는 것이 아들에겐 또 다른 어려움이다.

그것을 알기에 그냥 편하게 걷도록 둔다.

예전처럼 내달려 시야에서 벗어나 신고를 하는 일들이

없어졌기에 우린 그렇게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각자의

자유를 즐기곤 한다.

그러다가 아들 뒤로 길게 늘어지는 내 그림자를 보았다.

아들이 주변을 인식하며 스스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했던 '그림자 지원'~!!!

늘 평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수 없기에 시도한 '그림자 지원'.

스스로 목적지를 향해 가도록 하고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혹여 잘못된 길로 가거나, 다른 유혹에 빠지는 일은 없는지

존재감을 감추며 아들의 뒤를 밟았던 많은 시간들...

그 고된 노력 덕분에 지금은 지하철을 타고 혼자 등교를 하는 아들...

문득 아들 뒤로 길게 늘여진 그림자를 보니

'내 인생의 그림자' 같아서 마음이 아리고 쓰렸다....


머얼리 보이는 작은 섬 하나에도 의미가 더해져 자꾸 담는 아지매.

교육현장에서 특수교육을 때론 '외딴섬'에 비교하곤 한다.

같은 교육이지만 특수교육은 특수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외딴섬만큼이나 외롭고 힘든 교육이 되는 경우를 자주 만나는 까닭이다.

요사이 상담을 한 케이스 역시도 이런 경우인데

언제쯤이면 '교육'이란 틀 안에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해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을

인식하는 날이 올까?

교육이란 이름으로 출발점을 같이하여 조금 더 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기 위한 교육으로 특수교육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장애'란 단어 하나가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을 다름으로 분류하는 시각에서

과연 '통합'이란 단어가 얼마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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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시작한 산책이었는데...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풀 때문에,

외로이 있는 작은 섬 때문에

나는 다시 현실감각의 촉을 세우며 마음이 아리다.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내 현실이니까.

인식하는 사람들이 그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이

어쩜 우리의 몫이라 생각한다.

작은 책 하나 펼쳐 몇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도 마음이 뿌듯하다.

그 시간을 온전히 함께 해준 아들이 있어 감사하다.

나의 대청호 산책은 늘 이렇게 감사로 마무리한다.

내 삶도 또한 이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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