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맛 봤수~~~??"

-석류나무 아래의 진실

by 최명진


오늘 아침 문득 떠오른 말이 있으니 명심보감 정기편의 글이다.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마라"

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오해를 사기 쉬운 상황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행동에 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을 이르기도 한다.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의도치 않았던 내 행동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환경이 있음을 인식하는 순간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제 그저께의 일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을 하기 위해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나왔다.

그냥 지나치다가도 담고 싶은 소소한 풍경이라도 있으면 발걸음이 멈춰지는 것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마알간 초가을 하늘이 서서히 붉어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눈에 들어온 감나무 덕분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아직 익을 때가 아님에도 벌써 붉어진 감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나무 아래에 섰고 낙하의 충격으로 인해 일그러진 감을 발견했다.

어렸을 땐 이것도 떫음만 사라지면 먹었던 기억이 있어 그를 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파지를 정리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내친김에 점심을 먹고 오면서 보았던 석류가 떠올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관심이 생기니 주변에 석류나무가 제법 많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갑자기 더 많이 보이는 것은 석류나무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 관심사 밖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 년 초도 아닌데 갑자기 쑤욱 존재감을 나타낼 나무가 아니기에...

내 뇌리는 석류나무를 보았던 곳을 기억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미 떨어진 감을 담는 내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어르신들의 존재가

내 눈에 들어왔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분들 곁을 스치는데 귓전에 들려오는 소리~~~

"무화가가 많이 없어졌네."

하시는 할아버님의 말씀에 파지를 정리하던 할머님이 하시는 말씀,

"난 하나도 안 먹었어.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따 먹은 거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길가 바로 옆에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따먹을 수도 있겠지 싶었다.

두 분의 말씀 덕분에 무화과 나무를 바라보니 약간은 붉은빛을 띠는

무화가가 눈에 들어왔다. 좀 멀리 떨어져서 사진을 담기도 그래서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으니 더욱 그랬던 것도 있을 것이다.



계단을 내려가 내가 목표로 했던 석류나무로 갔다.

어느 집의 울타리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 석류나무의 석류 열매가

나를 맞아주었다. 그리 탐스런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몇 컷을 담았다. 사진을 담고 있는 내 앞엔 담벼락에 기대어 차 한대가

주차되어 있었고, 내가 왔던 길에서 보면 나는 차 뒤로 숨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열매이기에 지나는 이의 시선을 느낄 땐 살짝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 열매를 탈취하는 것도 아니니 그냥 담곤 했다.




깨끗한 공터가 아니기에 조심조심 발을 옮기다 보니 발 아래로 보이는

떨어진 석류 하나~~!!

쪼그리고 앉아 그것도 담았다.

낙과에 대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음은 아들을 키우면서 더해진 내 습관이다.

함께 가고자 하나 쉽지 않은 사회 현실을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 내게

낙과는 때론 우리 아이들 같아서 눈길이 더 가곤 한다.

그냥 봐선 멀쩡해 보이는데 자연 낙과인지 아님 누군가의 물리력이 작용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낙과의 상념에 젖어 핸드폰을 닫고 길로 나서는데 아까 만났던 할머니가

때마침 서 계셨다. 아무 생각 없이 할머니 곁을 스쳐 계단으로 오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던져진 말,

"하나 맛 봤수~~~?"

하신다.

두 어르신들이 주고받는 말을 들으면서 오해의 수가 있겠다 싶었는데 여지없이

내게 던져진 말이었다. ㅋ

"아니요. 석류가 예뻐서 사진에 담았어요. 남의 것에 왜 손대겠어요."

"그렇지~~~"



떨어진 감을 담는 나를 보면서 혹 무화과를 낚아챈 사람으로 오인을 하셨을까?

낮은 목소리로 떨어지는 낙과처럼 툭 던지는 할머니의 말씀에 피식 웃음이 났다.

좋은 카메라도 아니고 작은 핸드폰을 들고 이곳저곳을 살피며 사진을 담는 내가

때론 보는 이에 따라 오해의 소지를 만들 수 있음을 이미 수차례 경험을 했던 차...

다시 그 경험을 하나 더한 것이다.

특히 어르신들은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즉석에서 묻곤 하시기에 낯설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다.

" 떨어진 것을 왜 담아? 저 위에 이쁜 것도 많은데..."

하시며 나의 안목에 안타까움을 전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셨으니까.ㅋㅋ





순간포착의 즐거움을 낚는 내게 가끔 오는 오해의 상황이다.

마치 나를 배려한 듯한 어르신의 낮은 목소리와 그 톤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어르신의 말씀을 여운처럼 받으며 차로 돌아오는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저 석류를 저 상태로 먹을 수는 있는 거야?'

고개가 갸윳갸웃~~

한 번도 그 석류가 완전히 벌어진 것을 본 적이 없고 그렇게 먹어본 적이 없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니 나의 순간포착에 여러 오해가 올 수 있는 확률이 높은 때이다.

그럼에도 나의 순간포착의 습성은 지속될 것이다.

때론 주인인 듯한 분이 계시면 사진을 담아도 되겠느냐고 묻곤 한다.

그러면 그분들은 이런 것도 담나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곤 하신다.

퇴근 무렵이라 색이 곱지 않아 다음엔 더 밝은 날 담았으면 하는 바람이 아직

내게는 있다. 다음엔 점심 무렵에 가볼까? ~~~ㅋㅋㅋ







明心寶鑑 正己篇

太公이 曰

태공 왈

瓜田에 不納履하고 李下에 不正冠이니라.

과전 불납리 이하 부정관


태공이 말했다,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에선 갓을 고쳐 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