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 가기 위한 협상~~!!!

-신뢰를 기초로 한 약속 만들기

by 최명진
내 출근길에 만난 나팔꽃~~넘 기분 좋은 꽃이다.


"치료실에 안 들어간다고 고집을 부리네요."


한창 교육을 받다가 잠시 휴식시간을 받아 움직이려는데 때마침 휴대폰 벨이 울렸다.

"치료실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아들을 바꿔달라 하니 아들이 거부를 했단다.

아들은 휴대폰 저편에 있고 내가 아들을 어찌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시 선생님께,

"미술치료 선생님께 먼저 알려주세요. 그러면 선생님이 아들에게 의견을 물어

어찌할지 결정할 수 있게 해주세요."

치료 시간이 하교 후 바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집에 잠시 들렀는데

그 사이 낮잠을 잤는데 그 뒤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활동보조인의 말이었다.

다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녀석은 미술치료선생님과의 타협에서

치료실에 들어간 모양이다.


미술치료선생님과 만든 노래방책~~!! 감동이었다..


노래방에 가고 싶었대요~~~!!!



하루 일정을 마치고 퇴근하려고 하는데 미술치료선생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방금 수업을 끝내고 갔어요.

오늘 들어올 때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노래방을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는 게 짜증 났던 것 같아요.

17일 날 가는 날이라고 하더라고요. 오늘 날짜 확인하고 더 짜증이 나서

소리 지르기 한 번 반응을 보였는데, 기분이 나아지도록 이야기했어요.

대신 오늘 노래 들으며 노래방 가는 날 부르고 싶은 노래책을 만들기로 하면서

원하는 욕구를 대체하여 만족할 수 있는 활동을 했어요.

활동하면서 "선생님, 잘 할게요. 스마일~"하면서 기분이 나아진 모습을 보였고

퇴실할 때는 즐거운 모습으로 갔어요.'

이미 아들과 2년 여의 인연을 맺으신 분이라 잘 해결하셨으리라 생각했는데

참 감사한 문자였다.



아들이 부르고 싶어하는 노래 목록~~~인지수준에 맞게 아들은 여전히 동요를 사랑한다.



"엄마, 노래방에 가고 싶어요~~!!"



이미 문자를 읽은 상황이라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을 살피니 녀석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들, 오늘은 미술치료실에서 뭐 했어?"
"노래방 책을 만들었어요. 노래방 가고 싶어요...."

"노래방 가는 것은 누구랑 얘기하기로 했지?"
"아빠랑 해요."

"그럼 아빠 퇴근해서 오시면 잊지 말고 꼭 얘기 하렴. 그래야 날짜를 잡지."
"네~~~ 엄마~~~!!!"

목소리가 하늘로 나른다.

그런 아들 옆을 보니 멋지게 만든 노래방 책이 보인다.

역시 선생님이시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젠 아빠랑 협상만이 남았다.




출근길 공터에 곱게 핀 나팔꽃~~~ 누군지 이들을 가꾸는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빠, 노래방 가고 싶어요..."


퇴근해서 오신 아빠를 이처럼 반갑게 맞을 수가...

아빠가 퇴근해 오시자마자 바로

"아빠, 다녀오셨어요.

아빠, 노래방 가고 싶어요..."

숨도 안 쉬고 바로 이야기를 하는 아들.

이미 남편에게 아들이 노래방 가자고 할 것이니 날짜를 확인하라고 했던 터였다.

남편은 아들을 바라보며 어떤 날에 갈지를 물었다.

아들은 가까운 날을 선택했고, 남편은 지난달에 갔다 온지 한 달이 되지 않았으니

날짜를 미루는 것이 어떠냐고 하자 녀석은 얼른 일주일이 미뤄진 24일을 제안했다.

남편의 입에서 "그래."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녀석은 집안의 모든

달력(탁상용 포함)에 '노래방'이라고 큼지막하게 썼다.

협상은 잘 끝났다.

이제 이행만이 남았다.

자신의 시간을 잘 보내고 신나게 노래 부를 일만 남았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아들은 노래방을 참 좋아한다.

변성기가 오기 전에는 자폐성 장애 특성에 맞게 박자 감각이 좋아서 노래를 제법 했었다.

그런데 변성기가 오면서 목소리가 올라가지 않고 튀는 소리가 나자 녀석의 노래도

퇴보를 했다. 자신감도 좀 줄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래방에 가는 횟수가 줄었었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

녀석은 복지관 방과 후 선생님을 통해 얻게 된 '금영 노래방' 검색을 통해 새롭게

몇 곡을 확보하고 다시 노래에 불을 지피고 있는 중이다.

무언가를 약속하면 이행이 될 때까지 집착을 하는 성향이 있어서 지키지 못할 약속은

거의 하지 않는다.

반드시 지키고자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상황(메르스, 일정 변경, 일기)으로 인해서

이행이 어려울 경우엔 아들에게 꼭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준다.

장애가 있으니 괜찮다는 세상에 없다..

때론 이해를 하지 못해 거부한다 해도 반드시 그 과정을 거친다.






약속도 연습이다.



약속도 연습이다.

처음부터 약속의 개념을 이해하고 기다리긴 어렵다.

녀석은 어렸을 땐 하루 종일 컴퓨터를 하고도 끄자는 소리만 하면

세상이 무너져 내린 듯 소리를 치며 울었었다.

이 녀석에게 과연 '기다림'이란 것을 인식하게 할 수 있을까 엄청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안 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란 생각으로 난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사전예고..."가 필요했다.

아이가 원한다고 무조건 해줄 수는 없다.

당장 가능하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엔 녀석이 울며 구른다 해도

기다리는 것을 가르치기로 했다.

시간 개념을 가르치기엔 어려움이 있기에 시각화하는 방법과 매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녀석과 나는 눈물 콧물을 범벅하며 약속을 익혀갔다.

반복과 반복을 거듭하며...



피고지는 나팔꽃처럼 나는 아들과의 소통을 위해 반복, 반복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