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이의 문집 이야기~!

-장애가 있는 아이도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by 최명진



2008년 11월 16일 일요일 날씨: 해



제목: 구봉산에서


아빠랑 엄마랑 나랑 형이랑

구봉산에 갔어요. 아빠 차를 타고 갔어요.

구봉산은 First Seogu에 있어요.

구봉농장에서 Start를 했어요.

지팡이를 짚고 올라갔어요. 내 지팡이는 Red, 형은 Blue, 엄마는 Red,

아빠는 Black예요. 산에는 leaf들이 많았어요. 돌도 많았어요.

구각정을 지나 헬기장까지 갔어요. 헬기장에서 Cup Ramyun도 먹고,

김이랑 밥 먹었어요. 신발에 흙이 묻어서 더러워졌어요.

MOUNTAIN에 오르니 땀이 났어요. 더워서 땀이 났어요.

Mountain에 가니 힘들었어요. house에 와서 산에 간 Picture을 그렸어요.

엄마가 잘 그렸다고 칭찬해 줬어요!





*성현이가 그린 그림이 예뻐서 그 그림을 가지고 다시 일기를 써보았어요.

무엇을 했는지, 어땠는지에 대해서 기억을 상기시키며 쓰도록 했네요.

영어로 쓰고 싶으면 쓰도록 하고요.... 모처럼만에 엄마랑 함께 일기를 썼네요.

그림과 함께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가족과의 구봉산 등산~~!!!


어제 복지관에서 돌아와 보니 편지함에 커다란 책 한 권이 넣어져 있었다.

무슨 책일까 궁금해서 꺼내어보니 아들 학교에서 만든 문집이었다.(1~6학년까지

전 학년이 다 참여를 했다.) 종업식 날 현장체험학습서를 내고 학교에 가지 않았기에,

성현이 반 친구가 책을 넣어놓은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지난번에 성현이 담임선생님께서 문집에 올릴 성현이 글 하나를 찾아서 반 홈피에 올려주셨으면 한다는 전화를 받은 기억을 떠올렸다. 마침 별다른 제안 없이도 술술 그림을 멋지게 그려서 마음에 들었던 그림이 떠올랐다. 그 그림이 위에 있는 그림이었다. 미술치료 선생님께 보이니 너무 멋지다고 훌륭한 그림이라고 칭찬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는데...



성현이에게 그 그림을 보여주면서

"우리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하니 흔쾌히 "네~!"라고 대답을 하여 쓰게 된 일기~!

아직 아들의 언어 구사력이나 기억이 그다지 정돈되거나 조리가 있지 않기에 나는 늘

구체적인 것을 들어 아들의 기억력 훈련을 하고 있다. 마인드맵이라고 하던가? 작은 것

하나에도 아이가 기억을 확장할 수 있다면... 난 그렇게 할 것이다.

더구나 훌륭한 그림이 있질 않은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쓱쓱 그려나갔던

성현이의 그림을 보면서 나름 아들이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 많았음을 감지했었기에...

아들은 평범을 거부하는 경향이 많은 듯하다.

그냥 누가 무엇을 했다라고 쓰는 것이 싫은가보다. 그림을 놓고 누구와 어디에

갔는지를 물으니 아들은 대답을 하였고 나는 그것을 문장으로 나타내도록 했었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나를 보며 씨익 웃는데 그 의미를 나는 잘 안다. 영어로 쓰고 싶거나 자신만의 표현을 쓰고 싶을 때 보내는 미소이다... 나는 네 마음대로 써보라고 했다.

표현이 너무 단순화되면 그림을 통해서 기억을 되살려주는 방식으로 우린 함께 일기를

썼다. 그렇게 쓰여진 일기가 바로 위의 일기이다.



지난번 학예회에 갔을 때 성현이 반 친구가 하는 말을 듣고 난 감동했었다.

"성현이는 대단해요. 한 번도 일기를 거르지 않고 쓰거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요?

그림도 멋지게 그리구요... 정말 성현이 그림은 늘 놀라워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피해갈 수 있는 일들도 사실은 많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가능한 것을 하게 하자.' 그게 내 생각이었으니까...

어차피 성현이도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니까...



문집을 둘러보니 도움 반 친구들 모두가 참여를 했다. 선생님들의 정성된 마음이

있어 가능했으리라. 글을 쓰지 못하는 친구는 글을 보고 따라 쓰기 한 것을 올렸고,

그것조차도 어려운 친구는 엄마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쓴 글이 올라가 있었다.

얼마나 가슴이 울컥하던지... 장애란 이유로 소풍도 현장체험학습도, 학예회도,

시험도 제외 대상이 되었던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이 서서히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 친구들의 눈높이가 아닌 장애아동의

눈높이에 맞게... 모두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그 아이들을 이끄신 선생님들의 덕분이

아닐까 싶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난 커다란 감동보따리를 선물 받은 느낌이다.

가슴이 뭉클하다. 이 뭉클함을 어떻게 선생님들께 전해야 할까?.......






*문집엔 성현이의 글이 수정되거나 손 댄 흔적 없이 그대로 올라가 있었다.

그림까지도.... 위의 글이 내가 홈피에 올렸던 글이다. 나 역시도 성현이가 쓴 그대로를

옮겼었다....




2008.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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