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몰입하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닌 그림~! 아들은 그림으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어가 살아가는데 너무도 중요한 소통 수단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언어가 되지 않을 때 언어 소통을 할 수 있는 다리가 필요함을 난 안다. 안 되는 언어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언어가 안될 때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몸짓 언어가 아닌가 한다.
일단의 소통을 위한 기본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눈맞춤이 아닌가 싶다.
눈맞춤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아들을 통해 배웠으니까...
몸짓 언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에 맞는 구어를 반복해주는 일~!
그래서 몸짓과 함께 익숙해진 언어를 쓸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일, 하나하나를 배워가야
하는 입장에서, 아니 적응해 가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에겐 분명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자신이 할 수 있으면서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성현이가 어렸을 땐 노래로 아들의 눈맞춤을 유도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반응을 하다가도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내가 무관심한 척 들려주면 아들은 바라보았고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아들이 좋아하는 노래에 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개사해서 불러줬었다. 예를 들면, '작은 별' 노래를 이렇게 바꾸어 부른 것이다.
"내 이름은 김성현(반짝반짝 작은 별), 형 이름은 김**(아름답게 비추네),
아빠는 김**(동쪽 하늘에서도), 엄마는 최명진(서쪽 하늘에서도)....
물음에 대답은 하진 못했지만 성현이는 노래는 곧잘 불렀었다....
그리고 내가 발견한 아들의 재능~!
그림에 빨리 반응을 하는 성현이~! 예쁜 그림, 화려한 그림, 심플한 그림.. 문자에 집착했던 (내 기억으론 만 4살 정도까진 그림보단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를 책에서 찾아서 읽는 것을 무척이나 즐겼던 것 같다.) 성현이가 어느 순간 하나의 그림에 집착하는 것을 보고 나는 방법을 바꿨다. 바로 그림~! 내가 뭔가를 얘기해도 못 들은 척 하던 성현이가 자신의 옆에서 내가 조용히 그림을 그리면 반응을 하며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그 소통은 지금까지 계속되었고 여러 차례의 과정을 통해 발전을 하고 있다.
자폐아 아들을 키우며 내 심금을 울렸던 책 중에 으뜸으로 꼽고 싶은 책이 바로 미국의
동물학 박사인 템플 그랜딘의 책이었다. 그녀는 자폐성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 아니다. 그 장애를 안고 그녀의 장애적 특성을 자신의 직업으로 이끈 멋진 여성일 뿐이다. 그녀의 [어느 자폐인 이야기]와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는 책은 나의 이 패턴에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시각우선자인 우리 아들(자폐성 장애인들은 시각에 우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이는 것을 사진 찍듯이 저장하는 성향이 강하다)에게 있어서 자폐성 장애인인 당사자의 이야기는 내게 큰 충격과 이해를 주었다. 지금껏 아이를 키워오면서 이해되지 않았던 대부분의 행동들에 대해서 그녀는 너무도 친절히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참으로 고맙고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아들은 어제 있었던 음악치료 광경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참으로 경쾌하고 살아있는 듯한 그림이다. 나는 아들의 그림을 보면서 희망을 꿈꾼다. 아들이 표현하는 것은
주변의 자연이 아니다.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때론 그 인물들이 실제의 인물보단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일 경우도 있지만 그 역시도 괜찮다. 자신의 기호를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이니까... 그리고 나는 그 그림들을 통해서 아들과 대화를 할 수 있으니까....
위의 그림들은 성현이가 혼자서 그린 그림들이고 스스로 붙인 제목들이다. 아들은
표현한다. 그리고 나는 그림을 통해서 아들과 아들이 경험했던 일들에 대해서 대화를
이끌어낸다. 아들은 그렇게 그림으로 말한다. 자신이 경험했던 일들을 그림으로...
때론 즐거운 표정이 넘쳐 집안 자체가 햇살로 가득 찬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자신의 그림을 보며 즐거워하기도 한다. 특히 '노는 것이 좋아' 란 그림은 얼마나 나를
기쁘게 했는지... 제목을 이렇게 혼자서 붙일 수 있는 성현이의 발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형과 한 시간여를 실컷 놀고 나더니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그려놓은 자신의 그림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성현이~! 서서히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해가는 나의 성현이~! 그 아들이 날마다 그려내는 그림이 궁금해지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