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리, 소음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
문화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탐구합니다.
Edited by 박수인
일본 마쓰야마성 앞마당 벤치에 앉아 가만히 귀를 연다. 사박사박 모랫바닥 밟는 소리, 두런대는 일본말 소리, 저 멀리 아득한 축제 소리, 살랑 부는 바람에 나부껴 포드닥 대는 나뭇잎 소리, 까옥까옥 우짖는 이름 모를 새 소리.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긴다. 굵은 모래 틈 굴곡진 지면 사이를 건장한 개미가 덜컹대며 오르내린다. 울타리 바깥으로 덩굴진 수풀 사이에 자라난 가느다란 들꽃이 팔랑인다. 나뭇가지 끝에서 흔들리는 작은 나뭇잎 위를 그보다는 백배 쯤 더 작은 곤충이 기어간다. 적당한 기온의 바람이 부드럽게 살갗을 스친다. 언젠가는 희미해지고 말 이 감각들이 벌써 그립다. 그리고는 이내 행복감에 숙연하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듣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나조차도 많은 순간 귀를 틀어막는다. 내게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시끄러운 소리를 ‘제거’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도구다. 그럼에도 나는 귀를 열어보자고 제안하려는 참이다. 우리는 소리 홍수 속에 산다. 그 소리들을 듣는 일은 세계를 인식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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