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TIEGG 안티에그 Dec 17. 2024

진정한 추모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비극을 올바르게 기억하는 법

#그레이

문화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탐구합니다.



Edited by 이한빈


세상 모든 ‘빛’을 대변하는 듯한 전세계 연례 행복 이벤트와 정반대의 ‘기념’을 매해 치르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온 우리는 특정한 숫자로 구성된 날짜의 모양만 보더라도 곧장 공통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2014년 4월 16일, 2020년 2월 19일, 2022년 10월 29일. 비참하고 끔찍한 일, ‘참사’.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확산,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날짜를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 무수한 참사들이 1년을 촘촘히 메우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 숫자가 함축한 끔찍한 일을 기억하며, 세상이 그 순간에 멈춰버린 듯한 먹먹함으로 날을 기린다.


어느덧 현대인들은 크리스마스에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무사히 태어나 무사히 살아가고 있음을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생일을 기념하지도 않는다. 특정 종교가 전 세계 사람들 사이에서 몇 안 되는 공통점이었던 시절은 지나갔고,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까워 생일을 기념해야 했던 시절도 어느덧 옛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가치관과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기념일을 환희와 멋쩍음, 안부와 축복을 나누기 위한 핑계의 수단으로 삼는다.


하지만, 매년 돌아오는 사회적 아픔의 순간을 ‘기억’하는 일은 달라야 한다. 특히 참사의 진통을 온 사회가 함께 겪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비극의 발생과 봉합의 과정을 되짚어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참사란 ‘그 사람’에게만 벌어진 개인적 비극이 아니라 얼마든지 나의 비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참사를 회고하고 추모를 완성해야 하는 일의 필요성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나? 국가가, 사회가, 이웃이 나를 지켜주고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체감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각자도생을 도모하며 사회와 타인의 아픔에 필사적으로 무감각한 사람이 되어간다. 위험한 일이다. 건강한 애도가 누락된 사회에는 반드시 비슷한 비극이 포개어지기 마련이다.



이 아티클의 본문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링크를 클릭하면 바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아티클은 어때요?

더 많은 아티클은 ANTIEGG 사이트에서 확인하세요.

https://antiegg.kr/



하루에 한 번 신선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

문화예술 커뮤니티 플랫폼 ANTIEGG가 궁금하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