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포즈 편지

by 삽질


짐 정리하다 7년 전에 프러포즈 하면서 준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프러포즈라고 촛불 켜놓고 달랑 이 편지 하나 줬는데, 파혼 안 당하고 다행히 지금까지 붙어 살고 있네요. 그 당시 제 깡다구와 아내의 넓은 아량에 박수를 보냅니다.


오랜만에 읽어봤는데 그래도 제가 썼던 내용을 아직까진 잘 지키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생각입니다.



♥♥아 안녕


처음 널 봤을 때가 생각난다. 학교에 첫 발령을 받고 신규 발령 취임식을 하던 날, 손에 깁스를 하고 있던 내게 꽃을 건네던 모습으로 기억해. 그때만 해도 너와 결혼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 이렇게 너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순간들이 정말 신기하다.


서로 전혀 다른 꿈을 꾸고 다른 삶을 살던 우리가 이제 같은 길 위에 서서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가게 됐어. 결혼이라는 건 내게 큰일 중 하나였고 어려운 숙제 같았는데, 너와 결혼을 한다는 건 사랑하는 사람과 진실한 약속을 하는 아름답고 편안한 하나의 의례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야. 결혼 자체가 무서웠던 게 아니라 어떤 사람과 결혼한다는 게 무서웠던 것 같아. 너와 결혼할 수 있어서 정말이지 난 행운아인 것 같아.


우리가 항상 이야기했듯이 결혼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를 구속하는 게 아닌, 서로를 더 멋지고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해. 함께 하는 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그것 때문에 네가 힘들어하거나 하고 싶은 꿈을 펼치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힘들 때 기대고, 기쁠 때 함께 웃고, 도전할 때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런 게 이상적인 배우자의 모습이 아닐까? 나로 인해 네가 정말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을 하지만 우리가 봐왔던 주변의 결혼생활들에는 힘든 부분이 참 많은 것 같아. 왜 그렇게 힘들까, 지금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지만 아무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것들을 이해하는 순간들이 오겠지. 마냥 장밋빛 미래만 바라보기엔 우리가 꽤 성숙한 나이가 된 것 같아. 하지만 분명히 그런 어려움을 현명하고 성숙한 자세로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우리가 지난 몇 개원 동안 남들이 힘들고 어렵다고 하는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잘 해냈던 것처럼 말이야.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 괜찮은 남편, 남자 그리고 사람이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할게. 앞으로 잘 부탁해 ♥♥아.


마지막으로 나와 결혼해 줘서 정말 고마워.

난 요즘 정말 행복해.

사랑해 ♥♥아.



다행히 아직까진 행복한데, 계속 행복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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