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이라는 달콤한 환상

by 삽질


공무원, 교사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두둑한 연금일 것입니다. 정년을 꽉 채우고 지금쯤 은퇴한 교장들은 아마도 300만 원이 넘는 달콤한 연금을 받고 계시겠죠. 하지만 비교적 나이가 젊은 공무원, 교사들은 이런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연금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두 번째는 한 직장에 30년을 일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연금은 다음 세대가 낸 기여금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이라는 사실은 이젠 놀랍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낮은 출산율이 연금시스템을 더 취약하게 한다는 사실도 이미 많이 알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든 연금을 받을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건 현실도피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2024년도 적자 규모는 10조 원에 육박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공무원 연금은 이미 2002년 기금이 고갈된 상태입니다. 현재 지급되는 공무원 연금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을 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상 공무원 연금시스템은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형태만 유지하고 세금으로 실질적인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요.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직업을 관두거나 바꿔야 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아동학대 고소나, 다른 고충으로 교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처럼 개인적인 이유로 교직을 떠나는 경우도 있고요. 한 직장에서 30년을 근무한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의원면직을 했기 때문에 공무원 연금이 사라졌습니다. 국민연금을 내고 있죠. 의무적으로 내고 있지만 제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크게 하지 않습니다.(국민연금 기금 고갈도 머지않았습니다.) 만약에 준다면 보너스라고 생각하며 기쁘게 받을 생각이고요. 하지만 그런 보너스도 제 자녀가 피땀 흘려 낸 세금에서 대부분을 충당해야 한다면 오히려 죄책감이 들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에 필요한 자금은 개인이 마련하는 편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투자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람마다 투자의 목적이 다르겠지만 우선적으로는 노동이 불가능한 경우에 필요한 돈을 만들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둑한 비상금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지요. 투자의 방법은 천차만별이지만 장기투자와 안정성을 고려하면 선택의 폭이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개인의 취향과 성향에 맞게끔 공부하시고 투자하시면 되겠죠. 저 또한 그렇게 하고 있고요.


저는 노후를 위해 투자 보다 일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인간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일을 하는 게 정신, 육체 건강에 좋다고 봅니다. 이전에 제가 일했던 학교의 당직기사님은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한 분이셨어요. 화장실을 청소하시던 분은 교도관으로 일하셨던 분이셨고요. 제 친구 아버님도 공군 장교로 퇴역하시고 경비원을 하십니다. 글쎄요. 그분들이 은퇴자금이 부족해서 일을 하시는 걸까요. 사람은 생각보다 일을 필요로 하는 존재입니다. 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만 해보신 분들은 아마 그 무료한 시간이 주는 고통을 경험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이 은퇴하는 시기는 청춘의 시기와는 전혀 다른 상태임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노인의 고독과 여유는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은퇴는 인간의 본성과는 어쩌면 결이 맞지 않는 정치적 수단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일들을 도전하면서 일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즐거움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은 성장하고 다른 사람과 사회적 연결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노후에도 본인이 일을 할 수 있다면 필요한 돈을 계속 벌 수 있을 것입니다.(투자로 돈은 계속 굴려야겠죠) 젊었을 때 많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경험을 쌓지 않는다면 앞서 말씀드린 분들처럼 경비원이나 청소부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제 부모님은 70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본인들의 일을 하며 돈을 벌고 계십니다. 국민연금을 적게나마 받고 계시지만 개인적으로 은퇴를 준비를 해두신 편이고요. 여전히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십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건 거짓된 연금 정책이 아니라 직업 교육이나 직업 전환에 필요한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전 국민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해서 개인연금 시스템을 강화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일을 해볼 수 있도록 판을 짜주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끊임없이 재정적자를 내면서 언제까지 은퇴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요. 특히나 앞으로 세금을 낼 젊은이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져 갈 대한민국에서 말입니다. 미래에 대한 무한 긍정은 정신 건강엔 좋을지 모르겠지만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판적, 회의적인 전망을 갖고 살았을 때 미래에 대한 예측 결과와 상관없이 생존할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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