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목숨을
교직에 바치지 마세요

by 삽질

얼마 전 또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주도에서 근무하던 중학교 교사의 자살 소식이었죠. 슬프게도 교사들의 죽음이 더 이상 화제성을 띠지 못할 만큼 흔한 일이 된 것 같습니다. 똑같은 일이 반복돼도 사실상 교육현장은 나아지는 게 없는 느낌이고요. 그냥 의례적인 몇 가지 조치로 자기 할 일은 했다는 식의 책임 전가만 있는 듯합니다.


전 교사의 처우가 개선되고 현장 시스템은 좋아질 수 있다고 낙관합니다. 많은 교사분들께서 진심으로 노력해 주시고 사회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있으니까요. 다만 우리 교사는 환경과 시스템의 변화 속에서 희생되어야 하는 개인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교사의 희생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잔인하지만 그게 사실이겠지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많은 교사분들 덕분에 변화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니까요.


우리는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변화를 외치고 노력해야 하지만 스스로를 지킬 줄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아니면 나를 지킬 수 없습니다. 교사는 단순히 직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교사가 내 삶의 전부가 아니라 아주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본 적은 없지만 학교 일과 사람에 지쳐 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버티고 버티던 그 아찔한 경험을 또 하고 싶지 않습니다. 벼랑 끝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작은 나뭇잎처럼 힘없이 흔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구나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힘들었던 이유는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직업, 명예, 자존심 등이 제게는 전부였던 것이죠. 그 후로 의도하진 않았지만 제가 가졌던 많은 것들을 버리면서 살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직업도, 명예도, 자존심도 제게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됐지요. 일은 제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가족, 제 삶처럼 본질적인 가치라기보단 수단에 가깝습니다. 위험을 분산하듯 일도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어야 더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 이렇게 많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니 오히려 용기가 생기더군요.


제 아내와 저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항상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교통사고 같은 악질 민원이나 누군가의 횡포에 절대 굴복하지 말자고요. 벌금 물고 학교에서 잘리더라도 절대로 고개 숙이지 말자고요. 차라리 욕을 하고 침을 뱉고 당당하게 맞서자고요. 교사라는 직업 때문에 우리 자신을 잃지 말자고요. 저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하곤 합니다. 교사 아니어도 먹고살 수 있도록 머리를 굴리고 몸으로 부딪쳐가며 자신감 있게 살려고 합니다.


제가 목숨을 끊으신 선생님들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결국엔 경솔한 행동이겠지요. 하지만 그분들이 목숨이 아니라 직업을 내놓으셨다면 지금쯤 멀쩡히 살아계시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볼 뿐입니다. 교사는 직업일 뿐입니다. 한 사람의 삶에서 직업에 모든 걸 담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내 직업이 아니라 내 삶, 내 목숨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해도 결국 살아갈 길이 있을 것입니다. 교사가 아니어도 오히려 더 멋지고 아름다운 삶이 펼쳐질 거라고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그러니 진짜 삶보다 가치 없는 것에 선생님의 아름다운 목숨을 버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소중한 것을 꼭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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