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겪은 중국인들

by 삽질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국인 이미지가 있을 것입니다. 시끄럽고, 더럽고, 매너 없고, 온갖 나쁜 것들은 다 갖춘 그런 이미지죠. 저 또한 비슷한 편견을 갖고 뉴질랜드에 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겪은 중국인들은 생각과는 꽤 다른 모습이 많더군요.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수많은 중국인을 만난 것도 아니고 소수의 중국인들로부터 경험한 느낌이니 그냥 참고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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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도착했을 때 어학코스를 들었습니다. 중국인, 한국인, 인도인이 함께 수업을 들었죠. 어느 날 수업 중 중국인 남자 둘이 무슨 이유인지 말다툼을 하더군요. 그리곤 눈치도 안 보고 수업 시간에 소리를 크게 내며 몸으로 싸우기 직전까지 상황이 나빠졌습니다. 화난 원어민 교사가 중재도 하고 어찌 됐든 상황이 정리가 됐어요. 그 와중에 주변에 있던 다른 중국 여학생이 자기가 미안하다고 제게 사과하더군요. 같은 중국인으로서 부끄러웠나 봅니다. 그리고 싸웠던 둘은 금세 화해하고 잘 지냈습니다.


중국인들을 관찰해 보니 우리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 었어요. 대륙에서 자라서 그런지 남의 눈치를 잘 보지 않습니다. 중국인들은 서양인들과 성격이 비슷한 면이 많아요. 굉장히 솔직하고 자기표현을 잘하죠. 한마디로 화끈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나 일본인들은 상대방의 기분을 많이 생각해서 그런지 말과 행동이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면이 있는 것 같고요. 한마디로 속 좁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인지 뉴질랜드에서 지내다 보면 오히려 중국사람들이 현지에 더 잘 적응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남의 나라든 말든 그냥 눈치 안 보고 살아가니까요. 제 입장에선 부러운 능력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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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의외로 자기 사람을 엄청 잘 챙겨줍니다. 한국인만 '정'이 있는 게 아니더군요. 제 아내가 다녔던 대학교(NZTC)에는 중국인이 많았습니다. 뉴질랜드 대학교에서는 과제나 논문에서 표절검사를 정말 엄격하게 해요. 만약에 표절에 걸리면 졸업하기가 쉽지가 않죠. 그래서 과제를 공유하거나 남한테 보여주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중요한 과제 정보를 가까운 사람들과 정말 서슴없이 공유한다고 아내가 말해주더군요. 아내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죠. 저라면 그렇게 쿨하진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성향 덕분에 중국인들이 어느 나라에서든 잘 뭉치고 서로 돌보면서 거대한 차이나타운을 형성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Andrew라는 대학교 홍보담당자 한인분과 꽤 가깝게 지냈어요. 뉴질랜드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민자셨죠. 그분과 가장 가깝게 지낸 동료가 중국인이었어요. 우애 좋은 형제처럼 서로를 알뜰히 챙겼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부부 동반으로 그분들과 같이 등산을 간 적이 있었죠. 저와 그 중국인은 초면이었지만 Andrew의 지인이기 때문에 음식과 술을 사주시며 저 또한 알뜰히 챙겨주셨습니다. 역시나 '정'이 많으시더군요. 그분은 중국인들이 다 세뇌당했다며 중국에 대한 반감을 서슴없이 말씀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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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생각보다 더럽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중국 본토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겠죠. 어찌 됐든 제가 만났던 중국인들한테 불쾌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어요. 다만 머리는 잘 감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하던 중국인 팀원이 가끔은 머리를 기름에 담근 것 같은 찰랑함을 뽐내며 학교에 오곤 했었어요. 그런데 머리를 자주 감지 않는 건 우리나라 밖에서는 조금은 흔한? 일인 것 같기도 해요.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나친 위생 강박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동남아 호텔에서 샤워기 헤드를 바꿔서 사용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걸 봐서는 일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일했던 어린이집에서도 교생실습을 하는 중국인 학생들이 많았어요. 제가 좋은 사람들만 만난 건진 모르겠지만 정말 다들 젠틀하고 착했어요. 일도 열심히 하고 아이들에게 잘해줬죠. 그리고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에게 굉장히 호감을 보여줬어요. 제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한국에 여행했던 이야기를 해주며 한국 칭찬을 많이 했죠. 서로에 대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정서가 반대인 느낌이었어요. 살짝 죄책감이 들 정도로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근거 없던 것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어요. 물론 표본 자체가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쨌든 실제로 겪어보지 않고서 함부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 알 수 있는 경험이었죠.


조선족이 우리나라에서 일으키는 문제나 중국 본토에서 보이는 불쾌한 모습들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본 중국인들은 자국에 대해 자부심이 무척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은 좀 공감이 안 됐습니다. 그래도 중국인들을 가까이 겪으면서 좋은 점이 많다는 걸 배웠습니다. 결국 다 똑같은 사람인 것이죠. 오히려 그들을 보면서 제게 부족한 면을 반성하기도 했고요. 저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선 물음표가 있습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중국인들을 겪어보니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퍽 좋아졌습니다. 편견을 하나씩 없애는 건 참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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