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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udi Dec 02. 2019

100일 글쓰기 마라톤 - 13 -

#육묘일기

9/9일의 글


  목요일에 데려온 턱시도 애기는 다음날 갑자기 떠났다. 15년 만에 막내를 들일 결심을 하고 주문한 분유가 허망해 조금 연령이 높은 꼬물이를 데려오기로 하고 왕복 여섯 시간을 다려 자두를 데려왔다. 특징은 어미 사망, 2주령. 집에 와서 재보니 150g. 그런데 영 환경이 낯선지 식욕이 확 줄었다. 설사를 한다. 다음날 병원에 데려갔더니 애가 기력만 좋으면 괜찮다고 한다. 체중이 신경쓰였지만 건강하다고 해서 안심하다고 하고 데려왔다. 계속 묽은 변을 본다. 엉덩이 헐지 말라고 인간 신생아용 물티슈를 썼는데도 허망하게 항문이 퉁퉁 부었다. 어제 새벽엔 급기야 변에 피가 비쳤다. 평생 그렇게 빠르게 움직인 적이 없다. 이동장에 애를 넣고 새벽 5시에 뛰쳐나가 응급실에 갔다. 파보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음성, 그런데 피부에 곰팡이가 의심된단다. 설사나 식욕 문제는 적응하느라 그런 것 같다고. 지사제 시럽과 곰팡이 연고를 받아 왔다. 나흘 동안 하루 4시간 쯤은 잤나? 오늘은 정말 응급실 다녀오고 뻗어서 조금 잤다. 아직 큰 차도는 보이지 않는다. 귀나 다리를 보면 크고 있긴 한 것 같은데, 체중은 영 제자리 걸음이다. 속상해 죽겠다. 깨어있을 때 보면 우렁차게 울면서 뽈뽈 잘 돌아다니는 게 기력은 있는데 살이 붙지 않으니까.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왜 이렇게 정확한 정보는 적은지 병원마다도 말도 다르고 인터넷에 검색해도 말이 다르고... 심장이 철렁철렁해서 수명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고 수면은 대부분 얘 줬는데, 그래서 건강하게 쑥쑥 크기만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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