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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udi Dec 03. 2019

100일 글쓰기 마라톤 - 14 -

글쓰는 여자의 공간 1

  이 책은 집home이라는 파리 유학생 매거진의 새 시즌 주제를 위해 집어들었다. 주제를 듣자마자 생각나서 읽기 시작한 건 아니고 계속 주제를 구체화하던 와중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제목을 보자마자 홀린 듯 집어들었다. 집이라는 공간과 (글쓰는) 여성이라는 두 거대한 주제를 접목한 글을 쓰고는 싶은데 쉽사리 정리가 되지 않던 참이다.

  다들 책을 어떻게 읽는가? 나는 어떤 대목이 인상 깊으면 그러한 맥락이 떠올랐을 때 쉽게 볼 수 있게 인덱스를 남기거나 아카이빙 해두는 편이다. 좋은 책을 읽을 수록 신체 피로가 늘어난다. 내 책이면 주저 없이 포스트잇을 잔뜩 붙이고 형광펜이든 연필이든 죽죽 그어 놓는다. 난감한 건 도서관 책이다. 이때는 종이 포스트잇을 붙이며 일단 쭉 읽은 다음 다시 훑으면서 워드에 하나하나 옮겨두거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둔 다음 반납 후 옮겨 적거나, 읽으면서 동시에 옮겨 적는다. 매우 고되다. 800 페이지 가까이 되는 앤드류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은 그렇게 두꺼운데 엄청난 명서여서, 아카이빙을 마친 워드 파일만 50페이지에 달했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 자체 보다는(사실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유명한 작가들이다) 작가의 삶과 작업 공간 소개에 초점을 맞춘다.

  내가 쓰려던 원고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먼저 착안 했는데, 당연히 울프도 소개되어 있었다. 없을 수가 있나. 버지니아 울프는 버지니아 울프인데. <자기만의 방> 역시 원고를 위해 다시 읽었는데 정말 피 맺히도록 공감되는 구절이 많았다. 처음 읽을 때는 이렇게 많은 감정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 책이 발간되고 백년 가까이 지나서 읽고 나서도 이 책을 뼛속 깊이 공감하는 삶을 살고야 말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따.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독후감을 쓸 수 있겠지만, 때로는 책에서 어떤 구절을 마음에 남기는가가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소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도로시 파커

'유명한 연극 비평가이자 문학 비평가였던 도로시 파커는 신랄한 독설로 명성을 펼쳤다. 그녀는 어느 연극의 초연이 끝나자마자 이렇게 평했다. "연극을 보러 가실 분들은 뜨개질거리를 가져가시든지, 아니면 읽을 책 한권을 가져가시죠."'

시몬 드 보부아르

'글을 쓰지 않는 내 인생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잉에보르크 바흐만

'나는 글을 쓸 때만 존재한다. 글을 쓰지 않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글을 쓰지 않을 때면 나 자신이 몹시 생소하게 느껴진다. 이상한 존재 방식이다. 반사회적이고 고독하며 지긋지긋한 일이다.'

엘프리데 옐리네크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은 글을 써야 한다.'

카릭 블렉센

'나는 나 자신이어야 하며, 내 안에 무언가 있어야 한다. 나는 진정한 내 것을 소유하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을 보여줄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

'사랑하는 에리카, 일이 진지함과 품위, 삶의 행복까지 보장해줄 거라 생각하니? 좋은 면에 대해서만 쓰면 투쟁이나 고민, 광기와는 거리가 먼 글이 되고 전혀 위로도 되지 않아. 하지만 투쟁이나 고민, 광기가 담긴 글을 쓰면 위안이 될 뿐만 아니라 오직 너만의 길을 갈 수 있어.'

샬럿 브론테

'삶이 이토록 공허하고 짧고 혹독한 이유를 모르겠다.'

실비아 플라스

'여러 옷을 입어보듯, 다양한 삶을 살아보면서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인생을 찾으면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많이 써보면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작품을 잘 쓸 때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해야 할까?'

'죽는 건 다른 것처럼 일종의 예술이지요. 나는 그걸 유별나게 잘해요.'

토니 모리슨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글을 쓰는 것은 개인적인 일로, 그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글쓰는 행복을 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버지니아 울프

'글을 쓰지 않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아버지의 생일이다. 살아 계셨다면 오늘로 아흔여섯 살이었겠다. 아버지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흔 여섯까지 살 수 있었을텐데, 다행히도 그러질 못하셨다. 만약 그랬다면 아버지의 인생은 내 인생을 완전히 끝장냈을 것이다. 살아 계셨다면 어땠을까? 나는 글도 책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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