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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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 동안 급작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젖도 못 뗀 새끼 고양이를 차례로 데려와 인공포유하면서 돌보다가 고양이별로 보낸 일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조금 서툰 부분도 있었을 지언정 따뜻하고 사랑받는 환경에서 마지막까지 잘 보살펴 보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냥... 자기 의지와 관계 없이 태어나 허망하게 짧은 삶을 마친 작은 동물들에 대해 하염없이 슬픈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 애들은 너무 작아서 마음에 묻기도 안쓰럽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일주일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고 늘 초조하고 걱정에 가득 찼지만, 내 방 바로 옆 욕실에서 샤워하는 데에도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었지만, 일주일 동안 동물 병원을 다섯번을 오갔지만, 행복했다. 작은 생명을 돌보는 데 오롯이 시간을 쏟고 신경을 곤두 세우면서 다른 걱정을 조금 미뤄두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더 슬프기도 하다. 아쉽기도 하다.
할 일은 많았지만 마음이 잘 추스러지지 않아 하루종일 고양이 관련한 정보만 찾아 읽었다. 여전히 세상에는 눈도 못뜬 아기 고양이들이 많았고 그들이 갈 곳은 없었다. 프랑스에서는 잠시 유기묘 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했었는데, 거기에는 꼬물이들이 들어와도 한 배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통째로 들어왔다. 먹고 살기 힘든 길고양이가 한 두마리씩 포기하거나 사람에게 유괴된 아이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중성화를 하지 않고 등록되지 않은 집고양이가 임신한 채로 유기됐거나 어미가 돌볼 수 없는 상황의 한배 새끼들이 여러마리가 한꺼번에 들어와, 거의 곧바로 임보자들에게 함께 보내져 혼자 먹고 자고 싸는 게 가능한 연령까지 돌보아졌다. 허피스나 결막염 같은 전염병을 앓는 아이들은 아주 드물었다. 보호소의 자묘들은 대부분 2개월을 지나 보통 3, 4개월에 입양 공고가 올라갔다. 그런데 서울의 보호소에서는 젖먹이를 돌볼 여력이 없어 들어오는 즉시 안락사라고 한다. 한배 새끼들 보다는 한 두마리인 경우가 많다. 내가 데려온 두 아이도 인간이 유괴했을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었다. 보호 시설에 들어온 지 하루 혹은 몇 시간도 되지 않았어도 입양 희망자가 나타나면 바로 분양되었다. 여력이 없으니까. 기본 검사도 제대로 안 되었거나 (그럴 수 있는 연령도 아니거나) 생후 1주일이라고 해서 가보면 1주일은 커녕 탯줄도 안 떨어졌고, 2주일이라고 해서 가보면 유치도 나지 않은 아이였다. 사람이 아무리 애를 써도 한계는 있다고 하지만 속상한 건 속상한 거다. 프랑스 보호소에서 본 뽀송뽀송한 아기 고양이들이 떠올라 자꾸 슬펐다.
이 모두 지나간 것들이다. 애기들 때문에 한국에 정을 붙이고 살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마저 사라져서 조금 공허하다. 동양 여자에겐 불친절하지만 유기동물 없는 지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