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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udi Dec 03. 2019

100일 글쓰기 마라톤 - 19 -

빅 리틀 라이즈 1

  화제의 HBO 드라마 <빅 리틀라이즈> 시즌 1을 봤다. 본 이들이라면 모두 동의하겠지만 마지막 화의 마지막 10분이 압권이다.

  리즈 위더스푼이 연기하는 신경질적이고 불도저 같은 메들린은 얼핏 호감을 주기 어려운 캐릭터다. 그러나 메들린은 비혼모인 제인이 아들 지기의 탄생 비화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길 눈물을 뚝뚝 흘린다. 자기 커리어를 그리워하는 셀레스트에게 전업 엄마의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당신이 악마인 게 아니라고 말한다. 자기 잘못을 사과하는 레니타의 용기를 솔직히 칭찬하면서 역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한다.

  레니타는 극성맞고 성질 더러워보이는 엄마다. 딸의 일이라면 눈이 돌아가 작은 상처도 남지 않도록 애지중지하다. 그러나 자기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를 상처주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은 아니다. 레니타는 솔직히 자신을 찾아와 진솔하게 사과하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제인에게 연민을 느낀다.

  제인은 성폭행 생존자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상냥하고 똑똑한 아이를 몹시 사랑한다. 한편으로 성폭행 트라우마로 고통받는다. 아들 지기가 폭력성을 보인다는 이야기에 아들의 생물학적 아버지의 성향을 물려받은 건 아닌지 괴로워한다. 그러나 결국은 현명하게 아들을 사랑하고 다른 아이들과 다른 엄마들을 배려하고 위로할 줄 아는 인물이다.

  셀레스트는 가정폭력에 시달린다. 남편을 사랑하고 가정을 지키고 싶어하지만 그 과정에서 점점 자신이 닳고 있는 걸 느낀다. 상담사를 찾아가 문제 해결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솔직히 털어놓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아들 맥스가 다른 아이를 괴롭힌 사실을 알게 되자 결심을 굳힌다. 똑똑하고 부유하고 부족할 것 없어 보이고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변호사였던 여자도 이런 폭력상황에서는 전형적인 피해자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는 인물이다.

  보니는 현명하고 매력적인 여성이다. 주요 등장인물 중 유일한 비백인 여성이기도 하다. 메들린에게 자주 미움받는데, 그건 보니가 너무 완벽한 아내이자 엄마 같아서 이다. 실제로 보니는 예민한 사춘기를 겪는 에비게일 주변의 든든한 어른 여성이다. 메들린의 마음을 이해하고 잘 지내려 애쓰면서 모자란 남편을 다루는 데도 능숙하다. 보니는 사건 마지막에 등장하는 중심 사건에 관련해 가장 가까이 있지 않던 인물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보니는 가장 결정적인 한방을 날린다. 이유는 증오도, 분노도 아니다. 누군가 위험해보이는 상황을 기민하게 눈치채고는 지켜보다가 무작정 도우러 달려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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