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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udi Dec 03. 2019

100일 글쓰기 마라톤 - 18 -

다음 달에 머무를 곳

9/16

  다음 달에는 아마 서울에 있을 것이다. 나의 작은 고양이를 보낸 후 습관처럼 이 공간에서 도망치고 싶어졌지만 슬픔을 마주하며 우울에 대비하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21살이 되던 겨울 자원봉사를 하던 장애 영유아 보육원에 다시 자원봉사를 신청할까 싶다. 새삼 다시 느낀 것은 나는 작은 생명을 무작정 사랑하며 돌보는 일에서 위안과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는 것이고, 다시 새로운 고양이를 데려와 돌볼 자신도 여건도 되지 않으니 생각해 본 방안이다.

  자두를 보낸 날은 망자들이 식사를 하러 온다는 추석 새벽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난 네살 조카를 만났따. 어른에게 너그럽고 상냥한 조카는 금세 내게 익숙하게 안기며 신나게 웃고 즐겁게 놀아주었다. 작은 조카의 발을 조물거리며, 웃는 조카의 앞니를 보며 참으로 기껍고 행복했다. 큰 위로를 받았다.

  자원봉사를 알아보기 전에 보육원의 최근 정보를 조금 뒤져봤다. 카톨릭 계열 단체라 원장은 수녀님이다. 원장수녀님의 최근 인터뷰가 있었다. 보육원 아이들 중 경증 장애인 아이들은 입양을 가서 가정에서 머무르면 일상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 많다고. 그러나 장애 유아 입양은 워낙 적기 때문에 보육원에서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이웃들은 아이들이 너무 많이 운다며 민원을 자주 넣고 술에 취한 주민이 대문을 발로 차고 가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옆 집의 건물을 매입하려고 생각중인데, 보육원의 장애 영유아들이 넓은 공간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걸 못 견뎌 하는 이들이 많다고, 그런 아이들은 불쌍해야만 한다는 인식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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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에 9월 16일의 나는 그 활동이 보육원의 아이들과 나에게 여기서 머무르는 것을 좀 더 수월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결과적으로 지금 나는 이 보육원 자원봉사는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에 느낀 부조리함은 옮겨둘만 하다고 느껴 그대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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