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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바람이 불던 날

시장의 아이들

by LUY 루이

주요 인물

윤도현 (주인공, 27세)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나, 회사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뒤 경제 공부에 뛰어드는 인물.
“왜 나는 늘 경제 뉴스가 어렵게만 보였을까?”라는 의문에서 모든 여정이 시작된다.


차서인 (30세, PB / 금융컨설턴트)

국내 메이저 투자은행 PB.
도현에게 경제의 원리와 금융 상품의 본질을 가르쳐주는 멘토 역할.


마이클 레너드 (뉴욕 헤지펀드 매니저)

‘베블런효과’와 ‘레버리지’의 위험성을 몸소 보여주는 탐욕적 캐릭터.
후반부 갈등의 핵심.


장하민 (29세, 개발자·도현의 친구)

암호화폐·금리·거시지표 분석에 천재적 재능.
도현과 함께 ‘시장’을 해석하며 위기를 돌파한다.


도현은 흰 봉투를 든 손을 내려다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종이는 가벼웠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한없이 무거웠다.

회사 복도는 언제나처럼 조용했지만, 오늘은 그 침묵이 드물게 날카로웠다.

누군가의 얘기소리,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 에어컨이 윙 하고 도는 소리까지도

모두 도현을 향해 “이제 너는 여기의 사람이 아니다”고 말하는 듯했다.


문득, 팀장의 최근 표정이 떠올랐다.

며칠 전부터 잔뜩 구겨져 있었고, 아침 회의 때마다 보고서는 더 짧아지고,

승인받는 일은 줄어들고, 감감무소식인 프로젝트가 늘었다.

도현은 그 모든 조짐을 보면서도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

“설마 내가 잘릴까”라는 불안은 늘 있었지만, 진짜로 그 일이 일어난다는 건

어딘가 먼 세상의 이야기라고만 여겼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동안, 도현은 한 번 더 봉투를 열어보았다.

인쇄된 몇 줄의 문장이 전부였다.

경영 환경 악화, 비용 효율화, 불가피한 구조조정.

이 문구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는지 이 지겨운 문장은 말해주지 않는다.


회사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닿았다.

벌써 겨울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자동문 뒤에서 보안요원이 그를 빤히 보는 듯해 도현은 모르게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차서인’이라는 이름이 떴다.


“도현아, 시간 괜찮으면 잠깐 볼래? 오늘 얘기 좀 하고 싶어서.”


이 멘트를 본 순간, 도현은 조금 숨이 트였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버텨내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카페에 들어가자 창가에 앉은 서인이 손을 흔들었다.

따뜻한 조명이 그녀의 머리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하지만 도현이 앉자마자 그녀의 표정은 그의 얼굴을 보며 단번에 굳어졌다.


“…무슨 일 있었어?”


말없이 봉투를 건네자 서인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봉투를 천천히 접어 놓고는,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도현아… 최근에 회사들 진짜 많이 힘들어졌어.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는 바람에¹ 다들 버티기가 어려워졌거든.”


도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 회사가 정말 그렇게 바로 타격을 받나요?”


“당연하지.”

서인은 조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업도 사람처럼 돈을 빌려. 운영자금, 투자자금, 시설 투자…

다 돈 빌리는 비용이잖아. 기준금리가 오르면¹ 대출이자도 다 올라가.

그러면 확장하려던 사업 접고, 비용을 줄이기 시작하는 거지.”


“…그 비용에 인건비도 포함되는군요.”


“그렇지.”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은 길고 거칠었다.

서인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야.

요즘 너도 느끼지 않니?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도현은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장 보러 가면 늘 가격표 보면서 놀라요.

닭가슴살도 비싸지고, 과일은 손이 안 가고… 아무거나 사기가 어려워졌어요.”


“그게 바로 물가상승률이야².

사람들이 불만을 말할 때 흔히 ‘체감 물가’라고 하지?

그게 그냥 기분이 아니라 실제 숫자로 잡히는 거야.”


서인은 커피잔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 비용이 오르고, 에너지 비용이 오르고,

물류 비용이 오르고… 그러면 수익은 줄어들지.

이 와중에 대출이자는 올라. 그러니 인력 감축을 안 할 수가 없어.”


도현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맞은편 빌딩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누군가는 서둘러 걷고,

누군가는 이어폰을 꽂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누군가는 길 건너 손을 흔드는 누군가를 반갑게 맞고 있었다.

도현만 빼고 세상은 멀쩡히 돌아가는 듯했다.


“근데… 사실 제 월급도 그대로였죠.”

도현은 낮게 말했다.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그대로고…

원래 이런 거였나요?”


서인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바로 실질임금이야³.

월급이 그대로여도 물가가 오르면,

네 월급이 ‘살 수 있는 것’은 점점 줄어드는 거지.”


“…그렇군요.

그러니까 저는 월급이 깎이지 않았는데도 사실상 줄어든 거네요.”


“맞아.

그래서 지금 같은 시기에 사람들 삶이 더 팍팍해지는 거야.”


잠시 침묵이 흐르고, 두 사람 사이를 진한 커피향이 지나갔다.

도현은 그 향기를 들이키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서인이 말했다.


“도현아.

네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온 게 아니야.

지금은… 그냥 세계 경제가 다 흔들리는 시기야.

기업도, 나라들도, 사람도 다 영향을 받는 거고.”


도현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네 잘못 아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 순간 아주 잠깐이라도 살아갈 힘이 생기곤 한다.


“선배는 참 쉽게 얘기하네요.”

도현은 천천히 웃었다.

“근데 저는… 너무 막막해요.”


서인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컵을 내려놓았다.


“도현아.

시장은 늘 위기를 만들고, 또 기회를 줘.

문제는… 그걸 볼 줄 아느냐야.”


그 말은 이상하게도 도현의 마음속 어딘가를 건드렸다.

마치 누군가 잊고 있던 문을 살짝 열어준 것처럼.


“너… 혹시 경제 공부해볼 생각 있어?”

서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현은 고개를 들었다.

“저요? 경제요?”


“응.

네가 지금 겪는 일이 그냥 ‘회사에서 잘린 사건 하나’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아야 해.”


그 말은 맞았다.

도현은 오늘 처음으로 자신이 ‘왜’ 해고되었는지 조금은 이해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해하는 순간, 두려움은 조금 줄어들고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생겼다.


서인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도현아.

오늘이 네 인생에서 기억될 날일 거야.

왜냐하면…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거든.”


카페 밖으로 나왔을 때, 바람이 다시 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따뜻하게 느껴졌다.

도현은 천천히 걸었다.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는 몰랐지만,

이 바람이 자신을 앞으로 밀어주는 것만은 확실했다.


각주

¹ 기준금리

: 중앙은행이 전체 금융시장 금리의 기준으로 정하는 금리. 기업·가계 모두 이 금리에 따라 대출·예금 금리가 변한다.


²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 시장에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얼마나 올랐는지 나타내는 지표. 체감물가 상승은 일상생활의 부담을 직접적으로 높인다.


³ 실질임금

: 명목 임금(월급)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제 구매력. 물가가 오르면 월급이 그대로여도 실질임금은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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