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곳
'서로가 알면서도 연기를 하고 그 연기에 진심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것. 그런 기만이 필요할 만큼 둘 다 약해져 있었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연작소설 중에서, 우리는 왜 얼마동안 어디에)
20년 이상 거주한 곳에 잠시 들렀다. 걸어서 일 볼 수 있는 적당한 거리, 적당한 상가, 적당한 교통수단 등등 모든 것이 편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잠시동안만이라도 편안함에 이르렀다.
편안함이란 감정은 기만이 필요 없고 약해져야 할 이유도 없는데 그 편안함을 뒤로하고 얼마동안 왜 우리는 다른 곳에서 머물러야 하는지...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포부만 아쉽게 가득하다.
편안함에 이르는 것, 즉 지안(知安)을 알아간다는 것은 결국 착각이었다. 편안함에 이르는 것은 그립지 않아야 되고 희구하지 않아야 되고 소망하지 않아도 되는 어느 감정과도 대체되지 않는 그 본연의 것, 그것이었다
편안함에 이르렀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것은 알아가는 것이 아니고 착각하는 것도 아니고 관대하게 나를 상실하게 하는 것도 아닌 내가 그저 이미 알고 있는 것 그것, 헤매지 않아도 되는 바로 그 원점이었다는 것! 그것을 답하게 될 것이다.
지안(知安)은 그렇게 연기를 하고 그렇게 그 연기에 진심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님을, 그렇게 모두 약해질 이유가 없는, 그리고 그 대가로 획득하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Not Yet이 불성립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그것이었다.
돌아갈 곳, 그리고 왔던 시간을 끝내고 다시 시작할 시간, 그것이 남았을 뿐이란 것을 안 여정이었다.
'세상에는 돈을 많이 버는 성공도 있지만 정반대로 돈을 적게 벌고 남는 시간과 열정을 다른 의미 있는 일에 쏟는 성공도 있으며 남에게 인정받는 행복 대신 오히려 남의 시선에서 사라지는 행복도 있다'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中에서, 김진명 에세이)
-2025년 1월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