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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밥과 혼밥

by movere

여러 안부인사 중에 '식사하셨어요? 밥 먹었나?' 안부멘트 중에 참 밥이 많이 들어간다. 가끔 나도 관습적으로 그러지만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밥을 안 먹어도 먹었다고 해야 그다음 질문을 차단할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밥이야 먹든 말든 본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밥 먹는 것에 관심이 없어도 습관적인 말이 된 지 오래다. 밥이 본질이 아니고 밥 먹는 자리가 본질인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밥때 되어서 우르르 몰려가서 기다리면서 먹는 피로감이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유일하게 휴식시간을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사람들과 또 같이 하는 것이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혼밥이 그리울 때 같이하느니 차라리 굶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왜 밥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다들 피곤하게 사는지 우리나라 직장 내 밥문화도 좀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같이 먹는 게 불편한 점은 먼저 인원별 좌석부터 자리 잡고 기다려야 되고 먹는 속도가 다 달라서 속도가 빠른 사람은 다 먹고 또 기다려야 되고 늦게 먹는 사람은 눈치 보여 빨리 속도를 낸다. 밥의 속성이 일회성이 아니고 연속성이란 게 이게 문제다. 하루이틀 먹어서 끝나는 게 아니니까 이 짓을 매일 한다고 생각하니 지친다. 그렇지만 또 먹어야 되는 게 밥이니 어쩔 수가 없다.


그냥 천천히 휴대폰 보면서 눈치 안 보고 혼자 자유롭게 먹는 게 정서적으로도 훨씬 좋다고 본다. 굳이 강제할 필요는 없고 그리고 요즘 세상에 그렇게 강요하는 사람들도 드물다. 그리고 이곳은 강제성이 없어 혼자 선택할 수 있어 너무 좋지만 밥 안부만은 못 피할 때가 있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닌데 뻔히 아는데 특정한 목적을 두고 티 나게 물으니까 헛웃음이 난다.


장기근속하는 밥벌이터는 이제 좀 밥시간은 또 다른 휴식시간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어색하고 친화적인 도구로 밥을 선택할 순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안면이 좀 있으면 집단적 밥이 싫은 사람은 그냥 내버려 두면 한다. 몇십 년 같이 지내는 조직 내에서도 답답함은 제거해줘야 하며 조직이 협소해서 구내식당이 없다면 같이 움직여야 되니 한편 편안지만 시간 지나면 불편해진다.


종교의 자유가 종교 선택의 자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안 가지는 것 또한 포함하고 있다. 밥의 자유는 메뉴선택뿐만 아니라 그날 먹기 싫으면 패싱 하는 자유도 누릴 때가 있는 곳이 좋다. 밥보다 자유가 더 좋은 사람들이 이 세상엔 많다. 밥벌이터에서 평생 밥을 벌기 위해 오늘도 꾸여 꾸역 출근하지만 오늘 밥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밥을 다 드시기 바란다.


집단적인 밥이 좋은 사람은 끼리끼리 사이좋게 드시면 되고, 혼밥이 좋으신 분은 자유롭게 혼밥 하시고, 오늘 밥 먹기 싫은 사람은 한숨 눈부치셔도 되고, 그런 자유를 단 한 시간만이라도 만끽하기 바란다. 밥안부 멘트가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정겹고 고마운 의미도 잘 안다. 밥처럼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은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는 뜻이다.


삭막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끈끈한 것 하고 끈적한 것 하고는 다르듯이 그렇게 다름을 인정하면 된다. 혼밥이 좋은 사람들도 가족들과 같이 편안하게 식사를 매일 즐기고 가끔 편안한 사람들과의 사적인 모임에서도 집단밥을 즐긴다. 뭐든 편안한 곳에서 편안한 사람들과 같이하면 되는 것이다.


-2025년 7월, 이런 글을 쓸 만큼 이제 본연의 나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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