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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ere Dec 11. 2018

Seoul

"어머니는 거칠고 사납고 과장된 말을 무척 싫어하셨다.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 순한  서울말을 어머니는 좋아하셨다"  

<바다의 기별 중>


내 주변엔 서울 사람이 많다. 가까이 보면 아내도 서울 사람, 딸내미도 태어난 기준으로 본다면 서울 아인 셈이다. 나는 지방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경기도에 살고 있고, 경기도에 살지만 친지나 지인의 모임, 쇼핑 여가 등의 문화적 향유는 서울, 인천을 위시한 경기도 수도권에 분산되어 있다. 수도권에 이동하여 살다 보니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겠다.


지방에서 태어났다 하나 광역시의 60만이 넘는 자치구(區)에 빽빽하게 밀집된 아파트에서 생활했고,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백화점과 마트, 그다지 불편하지 않는 도시의 기능 속에서 살았으니 삶의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서울을 동경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럼 어떤 면을 동경했을까?


내가 서울을 동경하기 시작 한때는 수도권에서 살기 시작할 때부터이다. 지방에 살 때는 몰랐다. 올라와 살기 시작하면서 알았다. 수도권에 살면서 나는 서울 말씨가 너무 좋았다. 나는 친절한 사람이 제일 좋다. 아마 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 사람 특히 서울 여자들의 억양은 정서적인 안전감을 준다. 어쩜 서울 말씨라 그런 게 아니라 경상도, 전라도 등 지방 말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나 자신이 말이 빠른 게 싫고 억양도 마음에 안 든다.


서울은 건물을 세우고 지하철을 깔고 도로와 공항을 건설하고 국민혈세를 대량 투입해도 서로 논란이 없다. TV 뉴스보다 지방방송 안 나오는 것도 너무 좋고 (아, 요즘은 경인방송 나오는 것 같다? 근데 경인방송이 지방방송인가?) 지역차별이니 편중이니 지방에서는 항상 시끄러웠는데 서울에는 시비 거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서울을 인접한 수도권은 모든 게 용서가 되나 보다. 나에겐 서울이란 어떤 도시? 아니 어떤 가치이며 어떤 신념일까? 서울은 나에게 도시가 아니고 정서적인 가치인가 보다. 그곳엔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도 많겠지? 아니 최소한 다르게 생각해도 사사건건 간섭하지 않고 일방적인 훈계가 없는 고마운 무관심도 있겠지?


밥벌이 과정에서 갈등이나 불화 말고, 가장 많이 공격받고 오해받는 것이 나의 서울 예찬론이다. 공교롭게도 나를 공격한 사람 대부분이 서울 사람이다. 그들은 서울의 삶에 지쳐있나 보다. 교육문제를 제외하고 교통이나 삶의 팍팍한 부분에서 서울이 싫은가 보다. 


내가 경기도에서 서울로 가지 못하는 이유나, 그들이 서울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경제적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로 들어가는데도 돈이 들듯이, 서울만한 경기도로 떠나는데도 그만한 돈이 든다.


선거에서 투표권이 있는 한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역에 얽매여 투표하는 성향을 지양하자는 말, 미안하지만 웃기는 말이다. 자기 지역을 욕하는 사람한테 누가 표를 던지랴? 그게 정의든 민주화든 이든 아니든, 그건 어쩔 수 없는 얽매임이다. 그런데 서울은 그런 게 없다.


지방에 있을 때 도로와 공항을 유치하니, 첨단산업을 유치하니 뭐 이런 이야기 이제 안 들어도 된다. 서울은 그딴 거 약속 안 한다. 정치인이 공약을 안 해도 정부가 나라가 다 알아서 깔아주고 세워준다. 그래서 나는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그냥 내가 찍고 싶은 사람한테 찍어주면 된다. 나 자신이 그렇게 정치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을 수도권에서 살면서 비로소 느꼈다. 그 자유에 나는 흐뭇했다


그렇게 서울은 나에게 중립이었고, 강요하지 않았고, 자유로웠다.

서울은 화해이고, 용서이고, 통합이다.

서울은 포용적이며, 너그러웠으며 따라서 성숙했다.

그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것이다.

서울은 그렇게 나한텐 정서적인 가치이고 기준이다.


나의 이러한 서울 예찬을 서울 사람들은 그저 촌놈의 서울사랑으로 치부한다. 차 막히는 서울이 뭐가 좋으냐 하고 타박 주면, 나는 서울도 아닌데 차 막히는 시골은 어디서 위로받냐고 되묻는다. 서울이 아니면 차라도 안 막혀야지 하면서 말이다. 당연히 안 살아봐서 잘 모르겠지만, 안 살아봐서 더 갈망하고 동경하고 지향하는 게 있어 더 잘 안다. 그래서 서울 가본 놈하고 안 가본 놈하고 싸우면 안 가본 놈이 이기나 보다.

나는 조용하게 좋다.

나는 다양한 게 좋다.

난 자유로운 게 좋다. 얽매임이 싫다.

우물 한 개구리처럼 말 안 통하는 답답함이 싫다.

서울은 시끄러우면서도 결국 조용하지만, 지방은 조용하면서도 결국 자기네끼리 시끄럽다.

나는 밥벌이를 하면서 전라도, 경상도, 경기도, 충청도에 직접 살았다.

경기도가 제일 조용하고 편안했다.


광고 문구에 그런 말이 있었던가?

하고 싶은 것을 해주는 것보다, 하기 싫은 것을 안 해주는 것이 신뢰라고?

서울은 나한테 그런 정서이고 가치이고 기준인 것이다.

I Love Seoul.    

         

-2013. 06.09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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