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EBS '명의' 프로그램에 어깨 통증 편(대구 가톨릭대학병원 정형외과 최창혁 교수)이 방송되었는데 '생로병사의 비밀'이나 '명의'프로그램을 병명별로 검색하여 자주 보는 편이다. 어깨는 먼저 회전근개파열과 오십견(동결견), 어깨 충돌증후군, 어깨관절 석회염의 차이를 분별하는 것이 항상 주요 테마이다. 어깨는 원인은 다르지만 증상은 비슷하여 정확하게 구별하여야 하는데 이것은 전문의의 소관이므로 꼭 병원에 가서 MRI나 초음파 등으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근막통증, 섬유근육통, 말초신경질환 등의 또 다른 난치적 통증질환들은, 우울증으로 유발되지 않기 위해 신경정신과와 협진하여 통증의 스트레스를 조절할 만큼 통증은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병이다
회전근개는 극상근(supraspinatus), 극하근(infraspinatus), 소원근(teres minor), 견갑하근(subscapularis) 총 4개의 근육으로 360도 회전시키는데 이 근육 중의 하나 이상이 파열된 것이 회전근개파열이고, 오십견은 어깨를 둘러싸고 있는 관절낭 즉 관절 주머니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정식 병명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회전근개 파열은 근육의 손상이므로 스스로 팔을 들지 못하지만 남이나 아님 자기의 반대 팔로 아픈 팔을 들어주면 들린다. 반면 오십견은 본인이나 타인의 팔을 이용해 아픈 팔을 들기 힘들며 들리더라도 통증을 수반한다. 관절 주머니에 염증이므로 어떤 회전각도에서도 통증이 나온다
어깨나 추간판 탈출증 등의 정형외과적 질병뿐 아니라 고혈압이든 지방간이든 어떤 병명이든 명의들은 말한다. 주사제나 약물치료는 근원적인 치료가 아니라 보조적인 역할에 국한하며, 병의 근원 되는 인자를 제거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 주장한다. 어깨나 목의 경우 비수술적 치료로써 약물치료는 어디까지나 운동을 도와주는 보조적인 치료법이고, 본 치료는 운동치료이다. 수술적 치료까지 간다면 이미 늦게 병원에 온 것이며, 수술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도달되지 않도록 병원에 가서 진행사항을 주기적으로 관찰하여야 한다.
의학적으로 전문적인 재활이나 전문 운동치료사들은 한정되어있지만, 통증이 유발되는 동작의 생활 속 운동 분야의 선생님들은 본인이 선택한 수영, 요가, 필라테스, 에어로빅, 헬스, 댄스 등등 각 분야에서 가르치시는 분들이다. 비수술로 진행형 통증의 운동치료법으로 선택한 요가를 시작한 지 어느덧 두 번째 봄을 맞이했다. 통증은 사람을 전전긍긍하게 하고 애타게 하는 습성의 질병이라, 조금이라도 심적 안정을 위해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주변 다른 분들을 본의 아니게 불편하게 할 과오를 범할 수 있다. 이에 내가 나름 요가를 하면서 느낀 시행착오와 심리적 흐름을 한번 상기하여, 앞으로의 지혜로움을 터득코자 한다.
우선첫째, 감량이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지극히 본인의 몫이므로 남이 대신해줄 수 없는 영역이다. 처음 요가 수련을 할 때 살을 빼지 않고 할 수 있는 동작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따라서 요가를 할 준비를 만드는 단계의 첫 우선과제가 살을 빼는 것이다. 요가를 하기 위해 뺀 살과 요가를 함으로써 빠진 살의 비율을 수치로 굳이 환산한다면 7:3 정도인 것 같다. 어쨌거나 요가 덕분에 빠진 살이며 또한 빠진 살을 온전히 유지시켜주는 것도 요가 덕이다. 근육에 눌리는 힘이 감소되므로 당연 통증도 감소되며 그나마 하기 힘든 동작도 그 근처까지 따라가게 만들어주는 것이 체중감량이다.
둘째, 낯설고 모르는 것이 생길 때마다 최대한 무례하지 않는 방법으로 선생님께 여쭈어야 된다. 초보자는 질문에 인색하면 막막해져서 금세 포기하게 되거나 잘못된 운동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다. 물론 나의 경우 선생님이 친절하게 잘 대답해주셨고, 묻기 전에 몸상태를 거의 파악하시고 집에서 반복해야 할 동작도 잘 가르쳐주신 케이스라 운이 좋았다. 침묵에 익숙한 선생님을 만났다면 다른 방법을 고민했을 것 같다. 질문을 많이 하되 수다스럽지 않게 고상하게 잘 여쭈어야 한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모르면서 떠드는 건 죄다. 선생님 말씀에 잘 집중하여야 한다.
셋째, 계절적 흐름을 잘 타야 한다. 통증은 근육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있어 날씨 즉 계절적 요소가 분명히 작용한다. 비가 오면 어깨나 허리가 결리고 아픈 것이 그 예이다. 특히 여름에는 선생님이 다른 계절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시는데 이를 잘 따라 하면 겨울을 좀 덜 힘들게 보낼 수 있다. 요가는 몸이 이완되는 보물 같은 계절이 여름이다. 겨울보다 오히려 봄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은 올해 처음인데, 특히 감량이 여름에 주로 이루어진 바 첫 번째 봄은 그저 봄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무지하게 넘기기보다는 면역체계의 회복과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보약이나 수액 등으로 소진된 에너지를 미리 보충하는 게 좋다.
넷째, 수련시간에는 웃지 않는다. 물론 진지하게 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인상 쓰지 말고 하라는 것은 책에도 읽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지 않는다의 뜻은 인상을 쓰고 하라는 뜻은 아니다.(동작-아사나가 너무 힘들어서 인상을 쓸 경우는 있다) 부상을 방지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웃지 않는 것이며, 웃음은 순간 긴장을 놓게 하여 부상으로 연결된다. 우리가 조심한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으나 순간은 조심이 되지 않는다. 부상은 순간에 온다. 진지하게 그러면서 여유 있는 유쾌함을 진중에 지니는 수련의 자세는 좀 더 내공을 쌓아야 할 것 같다.
다섯째, 요가 수련은 일(Day)을 생각하기보단 달(Month)과 년(Year)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한 번은 병원 주사치료 다음날 요가 수련 후 어깨가 더 아픈 날이 있었다. 그 후 병원 예약일을 수련 전날로 잡지 않고 수련 이후로 잡았다. 분명히 수련 후 어깨 컨디션 상태를 일일로 비교해보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곡선을 그릴 건대, 어제보다 오늘이 더 안 좋은 날도 있을 것이다. 근데 넓게 보면 그 곡선은 분명 상승곡선 속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곡선을 긋는다는 점이다.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자기 암시다. 피해 갈 것은 피해 가고 지킬 것은 지키는 현명한 수련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여섯째, 관계에 심각하지 말아야 한다. 요가수련의 심리적 부분은 선생님과 같은 동료분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크지 않지만 그래도 영향을 받는다. 어느 동아리든 취미든 모여서 같이하다 보면 성향이 수주(週)만에 드러난다. 요가가 내면의 수련이지만 내면은 외면의 어울림과 전혀 무관하지만은 않으며, 마음을 채우고 흘러가는 감정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수련장의 차가운 공기를 맞닥뜨리지 않는다. 단시간에 솟구쳐 상대에게 범람하고 금방 소진되는 열정보다, 상대를 손쉽게 자기와 동질화하지 않으려는 거리감의 배려만이 순간 닥쳐올 미세한 심성의 균열에도 단단히 버텨줄 토대가 된다.
일곱째,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분별력 있게 받아들인다. 아무리 자기만의 온전한 요가를 수련한다 해도 어쩔 수 없이 동작이 비교가 되고 같이 어울려야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아사나 수련 시 부상 방지와 심적 온화함에 소극적인 방향으로 임하곤 하지만, 때론 한걸음 나아가 동시에 성장과 도약의 발판 또한 겸비하여야 한다. 안 되는 (어쩜 불가능의) 동작을 곱씹지 말고 오히려 되는 동작으로부터의 의식의 확장이 바람직하다. 안 되는 동작이 태반이고 되는 동작이 몇 안 되는 나 같은 초보 요기는 되는 동작을 생각하는 게 빠르다. 태권도 도장 1년 다녔는데 태극 1장도 못하는 비극은 저지르지 말아야 할지어다.
그리고 마지막, 열정과 가르침의 요가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내가 요가를 할 수 있는 안온한 기득권이란, 시간과 공간적 일치, 소소한 경제적 자유, 남성 여성 편견 없이 요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열정 등이며, 그다음 요가를 꾸준히 하겠다는 나의 의지는 차후의 순서이다. 요가를 할 수 있는 여건에 감사하고 요가가 나의 몸에 맞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문득 생각이 드는 게 있다. 통증이 있기 아주 오래전 요가가 참 하고 싶다는 뜬금없는 생각이 든 까닭은 무엇일까? 자기 암시에 요가가 나의 삶 속에 들어오는 일련의 준비 여정이었을까?
공부하면 시험 점수가 꼭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아닌데 노력하면 즉각 반응이 오는 몇 안 되는 것 중 그 하나가 건강이다. 신체균형, 비만, 골격근 등 표준 영역에 그래프를 긋고 있는 용지를 보며 나이에 비해 잘 관리하신다는 운동치료사의 설명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노력해도 성적이 올라가지 않는 학교에선 '아부지 뭐하시노' 선생님들만 뇌리에 흐릿할 뿐인데 학생 신분을 벗어나 학교 밖에서야 비로소 선생님이란 정서를 느끼니 세상은 참 아이러니 연속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사자성어가 예전에는 가슴에 와 닿지가 않았는데 나이를 먹으니 이 사자성어가 참 마음에 든다. 지금의 심정으론 딱 이만큼만 유지되어도 원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