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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ere Jun 22. 2019

커피가 맛있는 계절

결혼식 참석 후 느끼함이 몰려온다. 이때 경치 좋은 루프탑에서 들이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 주는 행복감은 세상 부러울 게 없다. 탄산음료와는 급 다른 청량감이다. 이때만큼은 내가 외부를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도 날 간섭하지 않는다. 나의 안정된 일상에 균열을 내는 나와 관계있는 사람들의 작은 속삭임에는 신경이 써여도, 나와는 관계없는 모르는 사람들이 내는 큰 고성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나의 의식 속에 벌어지는 현실의 틈새를 느낄 때가 이때다.


호수의 물은 바람에 흔들려도 빛은 그대로 남아있다. 움직이는 바람처럼 이 역동적인 시대 진작 변해야 할 것은 오히려 남아있고, 빛처럼 남아주어야 할 것은 죄다 변해버린다. 결혼식 문화도 참 많이 변했는데 밥벌이터 문화는 왜 그리 안 변하는지, 아마 몇백 년이 지나도 안변 할 것 같다.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려고 저렇게 온전히 거부하고 보전하나보다. 에이 참, 쓸데없는 잡념이 날 지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오늘은 단순하고 무심하게 보내련다.


타이밍 맞게 어반자카파의 '서울 밤'노래가 순간 들려지지 않나 하는 시시한 우연을 기대해보기도 하며, 호수의 잔잔한 윤슬을 바라보며 현실과 동떨어진 나이브함에 도취되어보기도 한다. 식사 후 마시는 시원한 커피가 참 맛있는 계절이 돌아왔다.

카페 '모우'에서 바라다본 의왕 백운호수


-2019년 06월 22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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