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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ere Jul 27. 2019

미니멀 라이프

혼라이프, 혼밥, 혼술의 시대

'너희는 너희의 일을 해라. 나는 나의 일을 하겠다' - 영화 나랏말싸미 中 송강호(세종역)의 대사中-


얼마 전 전(前) 직장 후배와 저녁을 함께했다. 1여 년의 공사를 마치고 이제 서울 본사 복귀전에 만남을 미루다 이제야 만났다. 우연찮게 올봄 사내식당서 얼굴이 마주쳐 반가웠는데 오랜만에 같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속 서로의 공감에 반가움이 더한다. 1여 년 동안 호흡기가 참 안 좋아졌다 하니 이곳 대기질 상태를 나름 추정해본다. 당시 같이 근무할 무렵 수도권은 이미 특별법 시행을 준비하고 지방의회서 환경정책 기본법에 근거해 조례로 일반법보다 더 우위의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였다. 환경단체의 공익을 위한 조직적 활동, 광역시도 그리고 시군구의 지원행정 등의 일련의 과정을 겪어본 나로서는 단언컨대 환경정책 부분의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20년 이상이다. 각 사업장의 하부 조직까지도 조례를 알고 있던 수도권에 비해 환경규제의 개념 자체가 무개념인 지방의 법체계 적용을 보면서 역시 일하든 놀든 큰 물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수가 없다.


일이란 모름지기 누구한테 물어야 할지를 정하고 좌우를 살피면서 일해야 한다. 대개의 밥벌이터는 업무영역과 사내정치영역의 양 세력이 비등비등 엎치락뒤치락 서로 주고받고 하면서 사회생활은 이루어진다. 권모술수의 정치로만 그리고 오로지 업무능력으로만 클 수만 없는 구조다. 자본주의 법칙은 돈은 돈이 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일은 일이 되는 쪽으로 추진되며, 사람은 득이 되는 사람으로 몰리게 되어있다. 정치에 휩쓸려 완전히 헤쳐 모여 되는 경우는 업무가 펑크 나는 경우다. 그래서 각 수장들은 항상 일 잘하는 사람을 데리고 있다. 일이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되고 안되고를 먼저 보기 마련이므로 흐름을 타면서 되게 만들고 Give And Take , 적절한 보상과 소속감의 신뢰가 쌓이면 업무는 치고 올라가는 것이다. 일은 그렇게 하는 것이며 따라서 많이 알아야 되며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한다.


업적 성취 후 학연, 지연 등이 부가되어 조합을 이루고 운과 연(緣)이 세상에 일으키는 무지막지한 조화들과 어울리다 보면 또 기회도 만나는 것이 자본주의 원리였다. 모나서 재승박덕(才勝薄德) 정도까지만 아니라면 업무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은 인정받는다. 반면 관료주의는 두 권력이 비등한 게 아니라 사내정치 영역이 훨씬 우월하다. 따라서 업무적 변별력이 없다. 자본주의 속 또 다른 속성인 관료주의는 대게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직사회 또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사업장에 만연하다. 명확한 주인이 없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무원사회가 무사안일주의로, 돈 GRal(?)로 업무 펑크 난 것을 메울 수 있는 자금력은 관료주의 토대와 배경이 된다. 지방의 뒤늦은 법 강화는 20여 년 전 겪은 시행착오를 다시 모른척하면서 보는 것도 참 재미없을 것 같다


업무영역의 세력보다 사내정치세력이 훨씬 우월한 조직은 인력 구성 자체도 그렇게 되어있다. 정치적 요소에만 관심이 있을 뿐 인력배치도 그렇게 운영할 뿐이다. 정치란 다른 사람의 말과 생각이 궁금한 것에 기인하며 궁금한 것이 모두 물음으로만 알아지지 않기 때문에 주도면밀할 수밖에 없다. 관료주의는 협조를 착취와 희생으로 귀결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중립을 유지하면 그뿐이다. 너희는 너희 할 일을 하고 나는 나의 할 일을 하면 된다. 사회생활의 기본 법칙조차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세련되게 모면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바로 혼라이프다. 인정 욕구나 채우려는 관종으로 치부되거나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싸움닭 처지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서 현실에 맞게 적응하는 것이 그때의 삶의 최선의 자세다.


안다고 해서 다 말해지는 것도 아니고, 앎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없거나 말하기 않기로 결정되기도 한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진 않기 때문에 언제든 말해질 수 있는 Stand-By로 유지는 된다.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는 사람이 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궁금함에도 불구하고 묻지 않거나 궁금하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묻는다. 궁금한 것은 물어야 하지만 묻기가 어렵기 때문에 묻지 않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묻는 것은 묻기가 쉽기 때문에 물어진다. 중요한 것은 그 묻는 사람이 정작 궁금한 것은 모른다는 것이다. 밥벌이터 스트레스는 뇌 근육이 굳은 단순한 꼰대들이 아니라, 말해지지 않는 자와 물어지지 않지만 궁금한 자들 사이의 복잡한 갈등이다. 그게 스트레스의 본질이며, 또한 관료주의의 본질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욜로, 혼밥, 혼술, 졸혼이란 신조어가 탄생될지 몰랐듯이 향후 10여 년 후 사회가 어떻게 바뀔진 모를 일이지만 지금보다 더 깔끔하고 심플하며 홀로의 사회적 고립감이 아닌 단독적인 편안함으로 지속 유지될 것 같다. 홀로가 루저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부류는 이미 뇌근육이 단단히 굳은 대화 안 통하는 억지스러운 부류의 집단일 뿐 이제 편안한 함께는 자발적인 봉사나 타율이 배제된 행위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혼라이프의 문화 자체는 거슬러갈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개인적으로 밥벌이터를 이리저리 옮긴 덕(?)에 조선 팔도를 돌아다녀 주말부부로 오래 지내는 중이고,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쉬는 업종의 성격을 겪어봐서 생존적 혼라이프가 오랜 기간 학습된 상태서 계절적 요소와 맞물려 요즘 혼라이프의 물이 올라있다.


혼자 사는 서울 딸네 집에 바리바리 음식을 해 들고 가는 요즘 시골 어머니들도 이제 그게 배려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냉장고에 들어가지도 못할 많은 음식을 해와가지고 삼시세끼 진수성찬 해서 먹이니 급체해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것이 배려는커녕 참 배려가 없는 엄마란 것을 이제 어르신들도 다 안다. 리조트에 가족여행을 가면 어르신들도 해 먹자고 하지 않는다. 깔끔하게 사 먹고 말지 모처럼만의 여행, 그거 아껴서 부자 안된다고 자신들의 삶을 즐기실 줄 안다. 전전긍긍하거나 애쓰지 않으며 관대하다. 요즘은 그런 시대다. 몇 년 전부터 베스트셀러 제목만 봐도 미니멀 라이프의 삶을 지향하는 책들이 상위권을 꽉 잡고 있고, 나 홀로 백패킹 등 홀로 여행객을 여행지에서 자주 보게 된다. 말 많은 명절도 우리 세대 이후로는 소멸될 것 같다.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혼자 다니면서도 겉돌지 않고 왕따 당하지 않는 스스로 존재하는 사람들로 채워져가고 있다.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 것.

멀어지는 사람을 잡으려 애쓰지 말 것.

서툴고 약한 감정을 강하게 만들려고 애쓰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즐길 것.

같은 주파수를 가진 사람이라고 느끼면 더 기쁘게 함께 즐길 것.

나와 다른 흐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억지로 흐름을 맞추려고 하지 않을 것.

사람과의 사이에도 밀물과 썰물이 있다고 생각할 것.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면 또 멀어지는 일도 있겠지 하고 생각할 것.

-'마이 캔들 스토리' 김민경 저자의 글 중에서-


이번 한 달 나름 바쁘게 지냈다. 운동도 열심히 했고, 책도 많이 읽었고 글도 많이 썼다. 때마침 계절별 모임도 이어져 사람도 많이 만났고, 행정구역상으로 7~8개의 도시를 오가며 여행도 했으며, 동료들과 등산도 갔다. 그리워서 기대기도 하는 게 사람이지만 사람은 사람을 지치게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조차도 없다. 삶이란 그렇게 적응하며 견디기도 하고 누리기도 한다. 풀어내야 할 해답만 끊임없이 생성될 뿐 삶엔 정답이 영원히 없는 것 같다.


- 2019년 07월 27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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