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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ere Oct 06. 2019

서울 집값

현시대에 살면서 절대 공감의 영역 중 단연 으뜸은 교육과 부동산이다. 공교롭게 두 분야는 서로 밀접한 관계이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주제로서도 어색하지 않은, 심지어 마음을 비우는 절(寺)에서 갑론을박하더라도 귀에 쏙쏙 들어올 것 같다.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책 이야기하면 찌질함이 되지만 이 두 테마는 고상함이 된다.


나이가 차니 건강과 더불어 재테크에 관련된 부동산이나 주식은 건강이나 운동정보 못지않은 삶의 일부분으로 항상 듣고 보아야 하는 중요한 교류 수단이며 지식이다. 대게 서민들에게 부동산이라 함은 아파트를 말하며 특히 서울 포함 인근 아파트 시세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교통 및 교육 인프라는 항상 주요 관심사이다.


나 또한 주변 친지나 모임 관계를 봐도 다들 서울이나 서울 인근 경기도에 살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꾸준히 보아온 게 있는데, 서울에 오래 살다 보면 신념이란 게 다들 생기는 것 같다. 그 신념이란 서울을 떠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근데 과거나 지금이나 그 신념이 돈을 벌어준다는 것이다.


부동산의 관심은 곧 미래의 잠재적 돈이다. 돈이 최고다라는 속물의 근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역동적 시대 흐름에 따라 돈의 습성도 변한다는 뜻에서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일을 하고 돈이 따라온 게 과거의 시대라면, 현재는 돈이 일을 하고 사람이 따라가는 형태다.


소비의 시작이 의식주인데 그중 단연 최고가(價)는 주(住)이다. 이렇게 서울 한복판 조용한 공원에서 GTX, 新안산선등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그 집(住)과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사람은 두루두루 친해놓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부동산과 관련해서 집단지성인들이 주변에 많다. 아마 교육기회도 많고 교류도 다양하니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살다 보면 궁금한 것도 생기는 법, 편안하게 물을 수 있고, 서로 공감하는 것에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고, 마음 맞는 시기에 자연을 벗 삼아 커피 한잔과 함께 이슈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이 주는 나의 특권이다.


과거 동일 가격대에 아파트를 시작해도 시작점이 서울과 지방이란 장소에 따라 현재 형성된 아파트 시세 격차는 반복되는 사실이며, 그 시기를 분석하고 조율하는 것이 부동산 이야기의 핵심이다. 나처럼 생활기반은 수도권이만 경제적 활동이 지방인 경우 점프할 시기를 알고서도 놓치는 경우가 여러 번 생긴다. 다 관심의 부족이다.


주식 매수매도의 원칙이 실행에 만만하지 않은 것처럼 수도권 집값도 그런 것이다. 애 학교 친구들이 고학년 진입 무렵 더 나은 교육여건을 갖추고 있는 도시를 찾아 전학 가는 시점을 목격하니 흐름을 타야겠다는 결심을 했으나 지방에 내려와 경제활동을 하다 보면 그 관심이 희석되고 안주하게 되니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 것은 사람만 아니라 서울 아파트도 그런 것 같다. 지금은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로 시작하기 힘든 시대이지만 과거의 공식은 간단하다. 대략 서울에서 전세로 시작해 작은 아파트 마련하고 대출받아 평수 옮기고 여기서 한 번 더 점프하는 것인데 주변에 친지나 지인 모두 그 공식 그대로 했다.


그저 직장이 서울이다 보니 버티고 버틴 것이고 그 결과 집값이 오른 것이다. 경매나 부동산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돈을 벌었고 그렇게 번 사람이 특정인 소수가 아니라 서울에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번 것이고,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밀려났다면 돈 벌 기회를 놓친 것이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의 주요 아파트 시세를 공부하는 또 다른 후배의 신념은, 우리 같은 직장인들이 부동산 재테크를 할 때는 먼저 해야 할 선결조건을 제시한다. 바로 주제 파악이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돈의 목적부터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의 시대에서 사람은 재화와 노동의 중간 메커니즘으로 존재하며 사람과 돈의 상호 역할론에서 사람은 돈을 지배하거나 지배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탐욕스럽게 모험하는 것이 재테크가 아니고, 서로 교류하며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시대 흐름에 맞는 지식 습득의 인지적 공감이 확고해야 재테크가 재밌다는 것이다.


남한테 손 안 벌리고 병원에 갈 수 있고, 자식들 하고 싶어 하는 공부 가르칠 수 있고, 일 년에 해외여행 며칠 가서 즐길 수 있는 정도의 목적과 테두리에 맞게 돈을 벌라는 신념이다. 재테크가 멋있는 것보다 이런 삶의 태도가 멋있다고 느끼는 것은 돈의 요망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IN SEOUL의 꿈이 허물어져가는 느낌이 부쩍 쌓이다 보니 요즘 멍하기도 해서 무언가 변화를 줄까 하고 어느 날 문득 그에게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


나: O억대에 평촌, 의왕, 수원, 성남, 용인 매물 추천 요망!

(...)

그: 고덕지구 어떠세요?

나: 어? 고덕지구에 그 가격대 아파트가 있어? 서울은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 오호!

그: 아, 강동구 고덕이 아니라 평택 고덕이요.

(...)

나: 싫어, 서울하고 가깝고 인프라 이미 구축되어있고, 동쪽 선호!

그: 음~ 고민 좀 해보고요 ㅎㅎ


(문자가 안 온다. 몇 분 후 다시 농담으로 문자를 보냈다)


나: O억대 강동 고덕이나 위례지구 새 아파트 물어오면 복비 천만 원 쏨.  ㅋㅋㅋ


(몇 분 후 문자가 왔다)


그: 10평도 괜찮나요?


-2019년 10월 05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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