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vere Apr 29. 2020

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사나

Eka Pada Rajakapotasana

Eka Pada Rajakapotasana.


일명 Pigeon Pose라고 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운 자세이며, 요가에서 상징적인 아사나중 하나이기도 해 요가원 광고에 자주 등장한다. 나의 고장 난 어깨로는 도저히 이루지 못할 자세라 선망의 자세이기도 하다. 균형과 유연함의 결정체이며 다분히 여성적이면서도 멋지고 참 아름다운 아사나이다.


화창한 오전 창문을 활짝 열고 나만의 장소에서 홀로 수련을 시작한다. 비둘기 자세를 완성하는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하며, 그저 무상무념 요가에 몰입하기도 한다. 수련 전 따뜻한 물로 몸을 적신 후 아사나를 보고 따라 하면 어느덧 촉촉한 피부에 땀과 물이 뒤섞이며 머릿속 마음이 상쾌해지고 호흡이 차분해진다.


언젠가 변화될 새로운 근무체계로의 복귀를 지금부터 준비하여야 한다. 어차피 공부든 수련이든 그 무엇이든 궁극적으로 혼자서 터득하고 깨우쳐야 하는 삶의 방식이 요가도 예외가 아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매트만 있으면 몸과 정신을 일체 시킬 수 있는 요가! 내가 필요한 만큼, 내가 기분 좋을 만큼만 느껴보려 한다.


이렇게 아무 방해 없이 획득한 고요한 명상 속 그동안 뒤돌아보니 너무나 시끄러웠다. 귀에서 웅웅 거리는 소음과 난잡함, 진절머리가 난다. 정치도 시끄럽고, 동네도 시끄럽고, 조직도 시끄럽고 친목도 집단도 다들 각자도생 속에서 이리저리 시끄럽다. 갈팡질팡 이랬다 저랬다 하는 변덕과 주관이 없는 비루함 그리고 사악한 기회주의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엉키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정치도 이편저편 나뉘어 싸우고, 동네도 싸우고, 조직도 집단도 다 시끄럽게 편이 갈린다. 최악의 두 편을 놓고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은, 선택하지 않는 원시적 비겁과 성과 없이 시끄럽기만 하고 편 속에 편이 또 갈리는 걸 선택하는, 이 두 최악 중에 하나를 고르게 하는 무지한 집단적 행위의 수고는 타인에게 그저 구경일 뿐 이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은 각자 개개인의 몫이다.


그러다 누가 한쪽으로 힘이 쏠리면 드디어 조용해진다. 투표로서 한쪽으로 힘을 몰아주면 나라는 잠시 조용해지고, 싸우다 망한 동네는 망해서 조용해지고, 조직과 친목의 집단도 새로운 힘의 기준으로 재편되니 일단 조용해진다. 그러나 조직과 집단이 안정된 자세로 균형감 있게 버티지 못하니 그 조직은 뭔가 자꾸 건드리고 시도하려고 한다.


회의를 하고, 회식을 하고, 이걸 해보고 저걸 해봤자 일 년 내내 시끄럽다. 이미 무너진 조직은 그때부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지 말고, 이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결단해야 한다. 그런 조직은 단합 대회를 안 하는 것이 단합하는 것이고 서로의 인생에서 도망가지 않을 정도선에서 조금 덜 보고, 덜 말을 섞고 서로 함께하는 것을 멀리하고 각자의 삶에만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멋있고 아름답다고 해서 즉흥적으로 아무나 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사나를 흉내 낼 순 없다. 피나는 노력과 홀로 침묵 속 끓임 없는 수련을 통해 저 우아한 자세가 탄생되는 것이다. 조화와 균형은 이 비둘기 자세처럼 탄탄한 기본기와 훈련 속에 조용하게 버티어주는 힘이지, 어느 날 문득 그저 멋있다고 따라 하다간 힘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서 확 무너지게 되어있다.


노력과 절제된 침묵은 조화로운 힘의 균형으로 유도하지만, 브레이커 없는 소음과 무너진 균형추는 모두를 주저앉게 한다. 이번 균(菌)의 세상에서 신의 부름의 프로파간다는 충성신자 아니 상업적 신을 무기로 한 충성고객을 편 가르는데 신의 이름마저 도용하는 것을 보니 애당초 균형으로 지탱할 힘이 없었던 시끄러운 정치와 동네와 조직과 집단에게 사회적 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사나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균(菌)의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불편한 소통보다 이제 편리한 단절을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은 시대의 흐름으로 새롭게 진화하는 삶의 방식이며 언택트 문화적 변이점이 균(菌) 발생 전과 후가 기준이라는 것을 이제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균(菌)의 발생 후인 세상 밥벌이터는 또 다른 생존의 전쟁터가 될듯하다. 이제 조용해지길 진심으로 바라며, 또 다른 전쟁의 생존 방식에 골몰하기 위해선 일단 조용히 지내자.


' 난 혼자서도 잘 놀아. 드라이브가 취미인걸, 옆자리에 누구 태우는 일이 드물어서 그렇지. 난 조용히 활동적인 사람이야. 안 가본 데가 없어.'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中에서, 이도우)


- 2020년 04월 27일 쓰다.

작가의 이전글 광, 균, 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