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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ere May 15. 2020

서울 집값 2

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에 오랜만에 다 모였다. 몇 달 만인가? 왕비(?)님이 경기도로 시집가기 전 살던 곳이자 꼬맹이의 외갓집이기도 한 여기에 다시 다 모였다. 균(菌)이 이 세상을 지배할 시기 다들 움츠려있다가 잠시 활기를 찾은 후 방문이라 화기애애하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 들락날락 한지도 20여 년 좀 못된 세월이 흘렀다.


그 당시엔 너구리 인형 놀이공원 맞은편에 마천루 저 높은 빌딩도 없었고, 새롭게 말끔히 자리 잡은 법조단지엔 비닐하우스와 밭이 보였을 때다. 카더란 말 중에 양계장 비닐하우스 안에 닭들이 사육되고 있었는데 조류독감이 터지자 송파구청에서 닭들을 매몰 살처분하러 나왔다고 한다.


근데 송파 닭들이 놀라서 경계를 넘어 성남으로 도망가니 송파 측에서 우리 닭 아니다 하고 안 잡으니, 이번엔 성남 측에서 원래 송파 닭이니 가져가라는 식으로 송파로 쫒고 역시 안 잡으니 요놈의 닭들이 관료주의의 교묘한 틈새를 이용해 왔다리 갔다리 해서 살아남았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이제 그놈의 닭들은 온데간데없고 높은 빌딩과 아울렛, 오피스텔 등 완전히 예전의 흔적 없이 또 다른 서울이 되어 있는 이곳은 그동안 외곽순환도로가 완전 개통되었고, 가든파이브, 고속도로 IC, 위례지구 신도시, 제2 롯데월드가 완공되었고 또 GBC타워마저 앞두고 있으니 발전이 끝이 없다. 될 놈은 되듯이 될 도시는 척척 잘된다.


설 지나고 처음 모인 자리라 그동안 건강 등의 안부, 아파트값, 재난지원금 등 균의 세상 이후 불경기의 우울한 이야기 또 여름휴가는 갈 수 있을까, 지난 2월에 취소한 동유럽은 언제 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희망 섞인 이야기 삼매경에 막걸리 한잔 들이켜니 모처럼만의 해방감을 느꼈다.


어르신들이 살던 아파트 처분하고 시골로 내려가 전원생활할까, 아니 안된다 병원 인프라가 좋은 서울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대화서부터 각자의 사는 동네엔 그리고 이곳엔 누가 당선되었는지 민감한 정치 이야기도 주고받는 중 문득 저번에 후배랑 서울 아파트 이야기 중 재미있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그: 저기 빨간색 의미가 뭔 줄 아세요? 정치적 해석 말고?

나: 음, 종부세 등 반감이 생겨 그런 거 같은데, 뭐 또 다른 게 있나?

그: 저곳 아파트는 절대로 안 망한다는 뜻입니다.

나: 오호, 그래? 그렇지만 가면 갈수록 규제가 심할 건데?

그: 투자보다 더 큰 심리가 실거주입니다. 규제에 따른 일희일비가 의미 없는 곳이지요. 원래 쭉 살아오셨던 1가구 1 주택 토박이분들도 집값 세금 올랐다해서 팔고 안 떠나잖아요. 왜냐 교통, 교육 등 살기가 너무 좋으니까.

나: 야! 그럼 전쟁 터져도 저곳은 떠나면 안 되겠다 ㅋㅋ

그: 저곳은 절대 떠나시면 아니되옵니다.ㅋㅋㅋ


애들 다 시집 장가보내고 전원생활 꿈꾸며 아파트 팔고 떠나시려는 말씀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10년 후 서울은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명약관화(明若觀火) 하다. 강남불패보다 오히려 강남불패 끝이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더 들었지만, 지난 과거 동안 지금의 서울의 패턴을 상기하면 그 답이 나온다.


한번 들어왔으면 떠나면 안 되는 곳, 바로 지금 여기 이곳이다.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리적, 생물학적 우연 - 특히 두 대륙의 면적, 축의 방향, 야생 동식물 등 -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역사적 궤적이 달라진 것은 궁극적으로 부동산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총, 균, 쇠 中에서, 재레드 다이아몬드)


-2020년 05월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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