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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ere Jul 26. 2020

갱년기 요가

Uttana Shishosana (고양이 등 펴기 자세)

턱관절이 아파서 치과에 갔다. 진료 후 턱관절에 디스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근데 턱관절은 요추나 경추처럼 간단한 구조가 아닌 복잡한 구조이고 허리나 목처럼 약물과 물리치료 등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한다. 딱딱한 음식을 많이 씹은 것도 아닌데 턱관절이 갑자기 왜 아픈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짐작컨대 요가를 하다 보면 너무 힘들어서 이를 꽉 깨문다든지 턱을 쭉 내미는 행동을 많이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후굴 자세인 부장가 아사나, 우스트라 아사나를 좋아하는데 후굴 다음 반드시 발라 아사나 등의 전굴로 이완된 몸을 움츠리게 된다. 특히 어깨까지 같이 풀어주는 우타나 시소사나 (Uttana Shishosana, 고양이 등 펴기 자세) 또는 살라 아사나(salabhasana, 메뚜기 자세) 같은 후굴 시 자연스레 턱을 매트에 대고 악을 쓰게 된다. 요즘은 턱과 입을 오므리면서 턱을 보호한다. 요가를 수련하다 보면 머릿속에 의문이 차곡차곡 누적되어 풀어내질 못할 때가 많은데 수업 시간은 사적이 아닌 공공의 시간이므로 질문과 답으로 풀기엔 한계가 있고, 홀로 수련할 때에는 그 안 되는 동작을 리마인드 해서 실행하다 정지가 딱 되었을 때 곰곰이 생각하다 생각을 포기한다. 뼈의 구조상 그렇게 접힐 수 없는데 단순히 근육이 굳어서 그 동작이 안된다고? 노력이 부족한 건지, 아님 신체구조상 불가능한 동작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속으로만 항변한 이런 의문을 풀려면 수련자와 지도자 간 서로의 친밀감이 녹아있는 상태서 빈 공간과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풀어가거나, 아님 아름아름 기간을 정해둔 소규모 또는 1:1 수련처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 모두 과욕이란 생각이 든다. 질문에 매몰되다 보면 따지듯이 물을 수도 있고, 아무리 성의 있는 답변이더라도 완벽한 만족과는 거리감이 있을 수 있어 순간 서로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간략한 질문과 솔직한 답을 잘 정돈되게 주고받는 과정 또한 수련의 또 다른 사회성인데, 스토리식 배움은 친밀하고 익숙하지만 심리적 조절이 부담되며 커리큘럼 효율성은 수평적 관계로 이것저것 신경 쓸게 없어 좋지만 선택의 폭이 좁고 지속가능성이 낮다. 요가를 나의 내면에 정착시켜야 할 과도기가 도래한듯하다. 작년부터 급격한 체력 저하는 마음과 같이 소모되는 느낌이며 그동안의 수련과정에서 가지게 된 의문 또한 이제는 희미해진다. 요가를 처음 배울 때의 성취감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나만의 요가로 정착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이 또한 요가수련의 사회성과 인내의 과정으로 풀어야 할터이니, 그만큼 고민도 깊어진다. 결국 궁극적으로 스스로 풀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 이치이니 그 또한 참 고독할 것 같다.


-2020년 장마철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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