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 주면 ‘고맙습니다’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셀레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셀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나의 해방일지, 염미정 대사)
지나가는 삶! 가만히 있으니 버텨지고 버텨지니 망가진다. 함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안 망가지려고 하니 더 망가진다. 밤이 지나가면 낮이 오고 겨울이 지나가면 봄이 온다. 삶이 지나가면 무엇이 올까. 무엇 때문에 버티려고 하는지 무엇 때문에 끊임없는 유해를 삭이는지.
홀로 여행을 갔다. 무해한 여행이다. 나에게 강요도 억압도 간섭도 먹고 자고 하는데 무엇을 맞춰야 할 대상도 없는 무해함을 찾아서. 그저 무해한 것이 지탱해 주는 것인지. 누군가 자신의 삶의 방식을 존중받으면 한 번쯤 편안함에 이르러지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거지 같잖아요. 아저씨 한번 볼까 싶어서 이 동네 배회하고 다니는 거.. "
(나의 아저씨, 이지안 대사)
7초 설레고 10초 설레고 5분만 채워지는 설렘을 뒤돌아설 때, 다시 오래 기다려야 한대 오는 배차간격, 눈비가 오면 기약마저 할 수 없는 버스. 설렘을 기다리지 말고 그냥 무거운 발걸음으로 어디론가 배회하며 목적 없이 걸어가는 것이 지나가는 삶인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데로 가서 과거는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딴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이지안.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는 이지안.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그래서 지안에게 물어본다.
어쩌면 자기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들게 되는 건지?
자기한테 잘해줘서 고마운 사람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지안 그러면 편안함에 이르는 건지?
-2023년 3월의 마지막 날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