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tipode Sep 26. 2022

Prologue. 우리가 충분히 오래 걸어간다면

Antipode


Antipode

: 우리가 충분히 오래 걸어간다면


From the West.


"널 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널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냐." 오래전 순대 국밥을 먹으며 한 친구가 건넨 말이다. 삶에 대한 태도도, 살아온 환경이나 방식도, 행복이나 슬픔을 다루는 방법까지도 너무나 다른 친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을 내어주었다. 다른 두 사람이라 만들 수 있던 시간이 존재했다. 함께 사랑하고 살아가는 데에 다름의 저항력은 크지 않다. 도리어 다름에서 또 다른 이해의 가능성은 일어난다.


이번 책을 함께 쓴 (태익)이는 이런 마음을 다시 한번 긍정하게 만들어준 친구다. 어떤 자리와 사람이든 딱 좋은 표정으로 자연스레 스며들고, 낯선 순간을 되려 설레하고 즐기는 사람. 예쁜 꿈을 견고하게 만드는 용기를 가진 친구. 어쩌면 항상 나와 정반대편에서 출발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지점에서 만났다. 만나고 있다. 아득히 멀어지는 기차를 배경 삼아 나누었던 어느 건물 옥상 위의 밤. 하얗게 뿜은 연기와 공유했던 웃음, 순수했던 행복과 서글픔은 여태 생생하다.


방어를 입에 물며 함께 책을 쓰기로 한 건 취기 어린 약속이 아니었다. 이제는 흘려보내도 될 감정부터 꺼내기 조심스러운 기억까지 내비칠 수 있는 친구였기에 내 기록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주었으면 했다. 동시에 [태익] 이의 이야기로 조금 더 다채롭게 세상을 마주할 나를 기대했다. 그렇게 틈틈이 글을

모았다. 두 사람이 마음을 주고받으며 엮은 이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작은 변화를 이룬다면 행복할 것이다.


•••박진범


From the East.


나는 무엇이든 그것을 현실의 일로 실감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입니다.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는 일에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나에게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지극히 직관적인 감상과 판단에 따른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분명한 기준은 존재하는데요. 그건 무엇보다 '자연스러움 것'입니다. [진범)이와의 작업은 나에게 지극히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들 중 하나였습니다.


어느 날의 우연한 술자리를 기점으로 최근까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오래간 간직해온 것들을 글로써 서로에게 털어놓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목차가 완성되어감에 따라, 나는 어쩌면 이 작업이 전혀 우연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우리 두 사람에게 일어나야 할 일이 마침내 일어난 것이며, 이는 서로를 그리고 이 세상을 더욱 이해하기 위한 어떤 필연적 흐름의 한 부분일지 모른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실제로 그간 외면했던 나의 이야기와 극단과 보편을 고루 가진 타자의 이야기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소화하는 과정을 거치며, 나는 이전보다 나 자신과 세계에 대해 한층 고요한 시선을 던지는 방법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와 [진범]이가 그러했듯, 조금 더 잘 이해할 것을 원하는 이들이 필연적으로 접하게 될 수많은 이야기들.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권태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