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CHUAP AGAIN 3

A LEGAL ALIEN IN THE UNIVERSE

아오 마나오 유원지에서 다시 공군 기지 입구로 나와,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사고 그대로 숙소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면, 길치의 직진 본능을 너무 띄엄띄엄 본 것이다. 공군 기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야 카페 아마존이 있는 해변 도로인데, 그대로 직진을 하고서도 직진을 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못하고 한참을 갔다. 그러다 문득, 불안해져서 뒤돌아봤는데, 뒤에 조그맣게라도 보여야 할 연짱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방과 후 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 덕분에 활기를 찾은 골목 상점과 상인들, 주전부리를 파는 가판들, 그 어디에도 연짱이는 없었다. 쌀라칩 거리의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LEGAL ALIEN이 무슨 뜻인지, 왜 하필 이런 순간 알게 되는 걸까. 나는 분주한 어떤 거리, 서로가 서로에게 친근한 사람들 사이에 어쩌다 끼어든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덥고 습한 쁘라쭈압 사람 하 많은 거리에서 혼자 추운 나를 잡아 줄 온기 어린 손 하나 없이, 낯 모르는 공기 속에 덩그러니, 길을 잃었다. 산소 한 줌 없는 광활한 외계에 떨궈진 우주인처럼, 막막하고 고독하였다. 연짱아,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졌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전거 핸들을 다잡고 온 길을 후들후들, 되짚어 한 걸음 한 걸음 다지듯 걸었다. 그 잠깐의 시간이 억겁 같았다.


"연짱아, 아가 . . . "


아이는 골목 한 켠에 자전거 핸들을 잡고 서 있었다. 폴란드 토룬 땅거미 내리는 구시가, 미얀마 인레 그늘 진 사탕수수 길, 거제도 어느 해변 막막하게 덮쳐오던 누런 파도, 아이를 잃을 뻔 하였던 모든 순간들이 암전처럼 한꺼번에 나를 덮었다. 가만히 서 있는 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였다.


'엄마를 잃어버리면 엄마가 없다는 것을 안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 그러면 엄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찾을 거야. 그러니까 꼼짝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기다려, 알았지.'


이제는 아이가 엄마를 찾겠구나.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물이 줄줄 흐르는 줄도 몰랐다.


"엄마, 왜 울고 그래. 가다보니까 엄마가 없길래 다른 길로 갔나 보다, 하고 여기 서서 기다렸지."

"엄마는 공군 기지 입구에서 그냥 길 보이는대로 직진했어. 근데 막 하교하고 나온 것 같은 중, 고딩들이 너무 많은 거야. 내 딸은 없고 죄다 남의 집 아이들만 많고. 엄마는 연짱이 잃어버린 줄 알고 눈물 났어."

"뭘 잃어버려. 휴대폰도 있고, 안 되면 그냥 숙소로 가면 . . . 아, 엄마는 혼자 숙소 못 가겠구나. 암튼, 내가 무슨 초, 중, 고딩 어린이도 아니고. 울지마, 엄마."


고딩은 커녕 대딩보다 나이 많은 딸을 잃어버린 줄 알고 낯익은 거리에서 엉엉, 운 엄마 여기 있다. 엄마, 괜찮은 거지, 무서움에 경직된 내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아이의 손부터 세상이 다시 색을 입기 시작하였다. 그림자 길어진 우기 쁘라쭈압의 늦은 오후 풍경 속으로 나도 복귀되어 있었다. 아이가 있어 느긋하게 반짝이는 세상이 한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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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아이의 자전거가 가만히 서 있었던 분홍 꽃 고운 쁘라쭈압 골목 한 켠. 저녁으로 가는 그림자가 길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내내 주룩주룩 비가 내렸고, 그렇게 비가 내리는데도 개쉑들은 아랑곳없이 으르렁거리며 나와 연짱이를 위협하였지만,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여 씻고 쉬었다면 또 여행이 아니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