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GAL ALIEN IN THE UNIVERSE
아오 마나오 유원지에서 다시 공군 기지 입구로 나와,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사고 그대로 숙소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면, 길치의 직진 본능을 너무 띄엄띄엄 본 것이다. 공군 기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야 카페 아마존이 있는 해변 도로인데, 그대로 직진을 하고서도 직진을 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못하고 한참을 갔다. 그러다 문득, 불안해져서 뒤돌아봤는데, 뒤에 조그맣게라도 보여야 할 연짱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방과 후 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 덕분에 활기를 찾은 골목 상점과 상인들, 주전부리를 파는 가판들, 그 어디에도 연짱이는 없었다. 쌀라칩 거리의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LEGAL ALIEN이 무슨 뜻인지, 왜 하필 이런 순간 알게 되는 걸까. 나는 분주한 어떤 거리, 서로가 서로에게 친근한 사람들 사이에 어쩌다 끼어든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덥고 습한 쁘라쭈압 사람 하 많은 거리에서 혼자 추운 나를 잡아 줄 온기 어린 손 하나 없이, 낯 모르는 공기 속에 덩그러니, 길을 잃었다. 산소 한 줌 없는 광활한 외계에 떨궈진 우주인처럼, 막막하고 고독하였다. 연짱아,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졌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전거 핸들을 다잡고 온 길을 후들후들, 되짚어 한 걸음 한 걸음 다지듯 걸었다. 그 잠깐의 시간이 억겁 같았다.
"연짱아, 아가 . . . "
아이는 골목 한 켠에 자전거 핸들을 잡고 서 있었다. 폴란드 토룬 땅거미 내리는 구시가, 미얀마 인레 그늘 진 사탕수수 길, 거제도 어느 해변 막막하게 덮쳐오던 누런 파도, 아이를 잃을 뻔 하였던 모든 순간들이 암전처럼 한꺼번에 나를 덮었다. 가만히 서 있는 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였다.
'엄마를 잃어버리면 엄마가 없다는 것을 안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 그러면 엄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찾을 거야. 그러니까 꼼짝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기다려, 알았지.'
이제는 아이가 엄마를 찾겠구나.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물이 줄줄 흐르는 줄도 몰랐다.
"엄마, 왜 울고 그래. 가다보니까 엄마가 없길래 다른 길로 갔나 보다, 하고 여기 서서 기다렸지."
"엄마는 공군 기지 입구에서 그냥 길 보이는대로 직진했어. 근데 막 하교하고 나온 것 같은 중, 고딩들이 너무 많은 거야. 내 딸은 없고 죄다 남의 집 아이들만 많고. 엄마는 연짱이 잃어버린 줄 알고 눈물 났어."
"뭘 잃어버려. 휴대폰도 있고, 안 되면 그냥 숙소로 가면 . . . 아, 엄마는 혼자 숙소 못 가겠구나. 암튼, 내가 무슨 초, 중, 고딩 어린이도 아니고. 울지마, 엄마."
고딩은 커녕 대딩보다 나이 많은 딸을 잃어버린 줄 알고 낯익은 거리에서 엉엉, 운 엄마 여기 있다. 엄마, 괜찮은 거지, 무서움에 경직된 내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아이의 손부터 세상이 다시 색을 입기 시작하였다. 그림자 길어진 우기 쁘라쭈압의 늦은 오후 풍경 속으로 나도 복귀되어 있었다. 아이가 있어 느긋하게 반짝이는 세상이 한없이 좋았다.
아이와 아이의 자전거가 가만히 서 있었던 분홍 꽃 고운 쁘라쭈압 골목 한 켠. 저녁으로 가는 그림자가 길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내내 주룩주룩 비가 내렸고, 그렇게 비가 내리는데도 개쉑들은 아랑곳없이 으르렁거리며 나와 연짱이를 위협하였지만,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여 씻고 쉬었다면 또 여행이 아니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