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CHUAP AGAIN 7

WAT AO NOI FOR CREMATION

쁘라쭈압과 작별하는 날이다. 전형적인 더운 나라의 아침. 내 마음과는 전혀 상관 없이 화창하고 밝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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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주스와 타마린드 주스. 나는 말린 타마린드를 참 좋아한다. 특별한 맛이 있어서라기 보다 달지 않은 곶감 같은 식감이어서. 곶감 역시 매우 좋아하는 터라 호기심에 선택해보았는데. 결과는 'CURIOSITY KILLED THE CAT.' 세상에. 나는 태어나서 비린내가 나는 주스를 처음 마셔보았다. 와, 두 번은 마시고 싶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토니는 10시 10분에 우리를 픽업하러 와주셨다. 토니의 차는 다 좋은데, 레오가 열심히, 그리고 매우 아프게 내 다리를 빠댄다는 크나큰 단점이 있다. 비만견이 왕발, 왕발톱으로 짓밟으면 얼마나 아프게요. 이 번에는 레오가 연짱이를 짓밟다 못해 비만 궁댕이로 아이 가방을 깔고 앉았다. 엄마, 내 가방에 태블릿 있는데. 아이는 토니에게 죄송하지만 잠깐 차를 세워달라고,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야 할 것 같다고. 차를 세운 토니는 레오가 앞 좌석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아예 목줄을 채웠다. 레오는 매우 시무룩해졌지만, 앞 좌석으로 넘어오는 건 레오 뿐 아니라 운전하는 토니에게도 위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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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에 묶여서 기분이 저조한 레오. 인과응보야, 멍멍이.


숙소에서 아오 마나오 너머 끌롱 완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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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롱 완. 쁘라쭈압이 생각보다 넓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와, 한 방향으로 이어진 해변 쪽에 완전히 다른 동네가 있을 줄 몰랐다.


"와, 토니, 동네가 정말 예쁘고 조용하네요. 다음 번에는 이곳에 묵어도 좋겠어요."

"좋은 곳이지. 너네가 묵었던 숙소가 쁘라쭈압에서 제일 비싼 숙소일 걸."


토니는 지난 번에도, 이 번에도 우리가 궁금해하였던 아오 노이로 향하셨다. 카오청 끄라쪽을 지나야 아오 노이가 나온다. 매우 궁금한 곳이었지만, 카오청 끄라쪽 방면 도로를 점유한 사나운 원숭이들 때문에, 지나칠 엄두도 내지 못하였던 곳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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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오 노이 역시 엄청 한적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업 중인 배가 매우 많았다. 쁘라쭈압 만에서는 새벽과 저녁 무렵 불 밝히고 조업하는 배들만 봤던 터라 그것도 신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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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아오 노이. 토니가 사후 자신의 화장터로 선택한 곳이다. 우리나라는 각 도마다 화장터가 정해져 있고, 고인의 주민등록 상 거주지에서만 시신을 화장할 수 있다. 서울시민이 경기도에서 화장하려는 것을 법적으로 막지는 않지만, 거의 세 배 이상의 화장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태국은 불교 국가라고 할 만큼 국민 대다수가 불교 신자들이기 때문에, 불교식 화장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장례 형태나 화장터를 궁금하게 여긴 적은 솔직히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전혀 모르는 어느 고명한 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 때문에, 내가 묵으려는 동네의 숙소가 며칠 내내 풀 북이어서 다른 동네로 넘어간 적은 있었지만, 그 스님의 죽음이나 장례 절차를 궁금해 한 적은 없었다. 그 스님 역시 내게는 지구 반대편에서 죽음을 맞은 JOHN 씨와 다름 없는 이였을테니. 죽음은 그런 것이다. 내가 토니에게서 내 아빠의 모습을 보기 때문에, 지인도 거의 없는 이역만리에서 담담하게 대비하여 둔 그 미래의 죽음을 보며 오열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그 죽음의 대상이 고명하지만 나는 전혀 모르는 스님이 아니라, 토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통 태국어 뿐인 친근하고도 낯선 땅에서 아마도 오랜만에 만났을 나름 대화 수준이 맞는 모국어 대화 상대자를 향해, 그는 조근조근 그의 마음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역시 내게서 그의 ONLY SON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하면 너무나 동양적 해석일까. 내려서 둘러보고 올래?, 토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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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산임수를 염두에 둔 것인지 본당 앞에 작은 호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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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듯 소박한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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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무슨 함이 이렇게 화려하지? 되게 예쁘다."


유골함 샘플일 거야,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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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모든 사원들이 그러한지, 혹은 특별히 왓 아오 노이가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화장터가 있는 왓 아오 노이는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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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초록초록해서 굉장히 예뻐."


마음은 무거운데, 공기는 티없이 무덥고 밝고 가벼웠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