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CHUAP AGAIN 8

A MEASURE OF KNOWING SOMEONE

왓 아오 노이는 신기하게도 공군 기지와 이어져 있었다. 군인들은 토니를 알고 있었다. 모두가 나를 알고 레오를 알아. 얼굴을 알고 있으니 아는 사람일까요. 늘 비만견과 함께 다니는 특징을 알고 있으니 아는 사람일까요. 내가 당신을 아는 앎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문득, 토니에게 나는 어느 정도의 지인일까, 궁금해졌다. 투병을 하다 죽어버린 아빠의 죽음을 여적 슬퍼하는 사람? 한국인만 쓴다는 재미있는 모자를 쓰고 다니면서, 그의 모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한국 사람? 그의 똑같은 일상 속 어느 날, 팔랑팔랑 들어와 매일 같은 시간에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고, 얼굴을 익히고, 그러다가 불쑥, 시장에서 방금 짠 것을 샀다며 주스를 내밀기도 하고, 날마다 같은 자리에서 사위는 새로운 오늘 마지막 해를 보며 펑펑 울다가, 나타났을 때처럼 어느 신새벽 해 뜨는 시간에 떠날 준비가 되었다며, 문득 사라져서 잊고 있었던 사람? 그러던 어느 날, 마치 어제도 그랬다는 듯, 그를 붙잡고 아직 오지 않은 그의 죽음에 오열하는 사람? 아니. 아닐 것이다. 그 많은 기억을 담기에 그의 혈관은 너무 노쇄하였고, 그는 이미 대부분의 정리를 마쳤다. 구획을 마친 그의 정리함 속에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담을 자리는 이미 없을지도 모른다.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이다. 그에게 나는 이미 떠난 사람이다.


토니의 차는 카오청 끄라쪽을 지나 아오 노이 바다 쪽을 향하였다. 차를 바다 앞 한 켠에 주차하고, 커피숍에 들어갔는데, 직원들과 주인 모두 토니와 레오에게 당연한 듯 인사를 하였다. SEE? EVERYONE KNOWS MY BOSS DOG, 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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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노이에 있는 토니 단골 카페 앞 바다. 사진을 찍고 난 연짱이가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던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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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바람이 싫은 토니가 선호하는 야외석. 내가 화장실을 가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 토니와 연짱이는 수다의 장을 열었다고, 나중에 연짱이가 말해주었다.


"나는 너네 엄마 모자를 보고, 아, 한국 사람이구나, 하고 단박에 알았어."

"아.ㅋㅋ 그런 모자 쓰는 사람은 한국 사람 밖에 없죠."

"11월, 12월에 네가 다시 올 것을 기대하마. 물론, 취업은 잘 될 거야. 그리고 너네 엄마 잠 잘 못 잔다고 했잖니. 'CREATIVE HYPOTHESIS GENERATING' 한 번 읽어보라고 해. 그 책 읽고 나서, 나는 누우면 5분도 안 되어 잠들거든. 출판된 지 시간이 좀 지난 책이지만, 검색해보면 지금도 판매 중일 거야."

"네."


시각적으로, 심정적으로 시원하였던 아오 노이 해변과, 시각이나 심정과는 상반되는 카페 야외석의 무더위 덕분에 약간 넋이 나가 있었다가, 기차 시간에 대한 현실적 자각이 퍼뜩, 나를 깨웠다.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토니는 '걱정하지 마. 내가 계속 시계를 보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기차역까지 차로 5분 거리야. 이제 일어나면 돼.'


아, 벌써 떠날 시간이구나.


기차역만큼 작별이 잘 어울리는 공간이 있을까. 토니와 마지막으로 포옹을 하고, 건강하시라고 말하는데, 그대로 있으면 내가 너무 많이 울 것 같았는지, 토니가 연짱이에게 농담을 건네셨다.


"얘야, 너네 엄마 모자 간수 잘 해라. 한국 사람만 쓰는 모자인데, 잃어버리면 한국 사람인 줄 모르잖니."


아, 헤어짐이 웃음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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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가 있는 쁘라쭈압을 이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