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ONG CHIAM AGAIN 4

I AM NOT CINDERELLA

이 숙소에서 아침 7시에 맞춰 식당에 가는 이유는 내가 아침밥을 다 먹을 때까지 숙소 전반을 돌보는 직원 오빠가 다른 일을 못 하기 때문이다. 오빠는 숙박객들이 아침밥을 빨리 먹는 만큼 빨리 식당을 정리하고 다른 일을 하거나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숙소에서는 아무리 피곤하고 몸이 아파도 아침 식사를 최대 아침 7시 반보다 더 늦지 않게 먹으려고 내내 노력하였었다. 내 시간 만큼 타인의 시간도 중요하니까.


아침 식사 후, 날이 흐려서 강변까지 걸어볼까, 하였는데, 한 20분 쯤 걸으니 해가 쨍, 하게 난다. 이런 날 무리하게 걸으면 감기, 몸살 더 심해지고 열사병에 걸릴 수도 있다. 미련없이 숙소 쪽 에어컨 가동 커피숍으로 향하였다. 컨셉은 일본 풍인 커피숍에서는 늘 태국 가요만 나온다. 지금까지 다녀본 이싼 소도시들에서 느낀 바는 태국은 한류와 크게 관계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백화점, 쇼핑몰에서 마트에 이르기까지 일본 글자, 일본 캐릭터 코스프레와 피규어는 말 할 것도 없고, 인테리어까지 일본풍이 넘쳐나서, 한류는 우리나라 혹은 다른 몇몇 국가들에 한정된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대표적인 친일 국가인 태국이 동남아 맹주라는 게 늘 싫었던 터라 미얀마, 라오스가 대항마로 무럭무럭 성장하기를 바랐지만, 두 국가의 부패할 대로 부패한 정부는 이미 중국 자본과 그들의 강압적 일대일로에 완전히 잠식되어서 현재로는 판세가 뒤집힐 희망이 없으니, 속상할 뿐이다.


사실, 부지런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소를 나서려는데, 주인 마님이 굳이 나를 불러 세우더니, 오후 12시까지 식당으로 밥 먹으러 오라고. 고수를 못 먹는 탓에 그녀가 내어줄 식단이 두려웠지만, 나를 가족 식사에 초대한 건가 싶어서 시간 맞춰 갔는데. 이건 . . . 뭐지? 주방 아줌마들이 숙소 조식을 만들면서 서서 바쁜 끼니를 해결하는 어둑한 부엌 한 켠에 의자도 없이, 허드렛 일하는 부엌데기 밥 주듯, 쏨땀, 돼지고기 계란 장조림과 밥을 쟁반에 내준다. 밥 먹으면서 모기한테 한 스무 방은 물린 것 같았다. 가족들은 나중에 먹나, 하고 나와서 보니, 늘 밥 먹던 식탁에 모여 앉아서 식사 중이었다. 이게 뭘까. 나가려는 사람 굳이 붙잡고 밥 먹으러 오라고 하고는, 막상 차려준 밥상은 눈치밥 얻어 먹는 부엌데기 밥상이라니. 주인 마님에게 나는 숙박비를 지불하고 묵는 손님 만큼의 의미도 못 되는 건가? 나는 그녀가 급료를 주고 부리는 직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 아래 친척도 아닌데. 더구나 지난 여행 중 한 번 묵었던 숙소여서 지극히 한국 사람 다운 정 때문에 다시 찾아온 사람을 이렇게 대접하는 건 무슨 경우일까.


우리나라에 다시 여행 오고 싶어하는 이 댁 막내 따님이 정말 우리나라를 방문한다면 이런저런 편의를 제공해주려고 하였던 물색없는 오지랖을 고이 접었다.


43(09.23).jpg

모기에게 최소 스무 방은 헌혈하며 먹었던 밥과 반찬. 나쁜 녀석. 저 혼자 즐거운 만찬을 즐긴 모기는 떠나면서 따뜻한 나의 인류애도 가져갔다.


44(09.23).jpg

이상한 밥상을 받고 방으로 돌아와 개운하지 않은 마음으로 앉아 있는데, 정말이지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내렸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는 그 사람의 생각이지 내 생각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생각하는 나는 그 사람의 일부가 투영된 허상일 뿐 내가 아니다. 자신을 선대해준 사람에 대한 대접이 그만큼이라면, 그건 그 사람 그릇이 그 크기라는 것이다. 피식. 비 덕분에 마음이 시원하고 명쾌해졌다. 고마워요, 비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