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면, 집 안은 잠시 고요해진다.
츨근 전까지 남은 짧은 시간.
그때가 가장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시간은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이 오히려 집중을 불러낸다.
나는 부엌식탁에 앉는다. 오래된 아이패드를 꺼내 든다.
식탁에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다.
식탁은 가족 모두가 함께 쓰는 공간이라 때로는 불편해하기도 하지만
가족들의 배려로 지금은 나만의 책상처럼 사용하는 중이다.
나의 하루가 시작되고 끝나는 이 자리는 화려한 작업실이 아니라 식탁 한 모서리다.
아이패드 화면 위에 선을 긋는다. 서툰 손길로 그림은 매끈하지 않고, 글 역시 미끄러지듯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빼뚤빼뚤한 선과 글자들이 모여 결국 하나의 하루가 된다.
나는 완벽한 선을 그릴 수는 없지만, 오늘의 선은 오늘만 그릴 수 있다.
머그컵에 담긴 커피가 식어 가는 동안, 화면 위에는 조금씩 흔적이 남는다.
서툴고, 작고, 금세 지워질 수 있는 흔적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모여 오늘을 증명한다.
나는 오늘도 늘 같은 자리에서 나만의 하루를 적어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