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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투안 May 19. 2021

비가 오든 말든 좋다.

취향의 변화

지금에 와서 내 어릴 적을 생각해보면 비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의 생일은 7월 17일이다. 초등학교 시절 내 생일은 항상 방학기간 중이었다. 방학 중에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친구들과 파티를 하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내 생일은 주로 장마철이었다. 그래서 비가 자주 와서 외부 활동을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중,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면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너는 비 오는 것을 좋아하니 아니면 싫어하니?


 

이유인즉슨, 그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에서 돌아다니던 짤들이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그럼 나는 나 자신에게 묻곤 했다. '내가 비 오는 것을 좋아하나?, 싫어하나?' 솔직히 잘 몰랐다. 근데 모른다고 대답해야 하는 나 자신이 싫은 나머지 그냥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답으로 대답하곤 했다.


대답은 예상할 수 있듯이 '싫어한다'였다.


그렇게 나는 나를 속여가며 대답을 했고, 상황에 따라 나의 대답은 바뀌었다. 그때의 기분에 따라 바뀌기도 했다. 항상 나 자신을 속이며 거짓으로 말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따라 나의 관점도 바뀌고 취향이 바뀌기도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면, 나도 좋아한다고 내 깊은 자아가 말하는 것 같이 들렸다. 어릴 적에는 확실한 나의 주관을 갖고 살기보다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친구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그 어릴 때도 고정관념으로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우울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 대답을 들은 즉시 나는 속으로 '아 이 친구는 우울한 친구구나. 불편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린 나이에도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생겨 상대방을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릴 적 내 고정관념이 바뀌었다. 누군가의 영향 때문은 아니고 순전히 내 경험으로 바뀌었다.


어제부터 서울은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지금도 오는 중이다.


나는 파리에서 약 2년간의 경험이 있다.  파리는 런던과 비교해서 흐린 날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겨울에는 흐린 날이 꽤 많다. 비도 오는데 비가 한국처럼 한번 오면 많이 온다기보다 부슬부슬 오래 온다. 일주일에 4일 이상은 흐린 날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파리의 흐린 날이 적응되었었다. 그러다가 해가 잠깐 뜨기라도 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날씨라는 것은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의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날이 조금 우중충하거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과거 내가 여행을 할 때나 해외에 있던 그때가 생각나기도 한다.


어라? 지금 이 날씨 예전에 내가 호주에서 여행할 때 그때의 느낌과 비슷한데?



그리고는 잠시 그때의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그때의 기분을 다시 한번 느껴보려고 한다. 그리고는 나에게 잠깐의 행복이 찾아온다. 비가 오는 날에는 세상이 특유의 분위기가 뿜어져 나온다. 길가에는 사람도 많이 다니지 않고, 비로 인한 흙내음, 빗소리,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 어떤 노래를 들어도 더 감정이입이 잘되는 느낌이다. 즉, 햇빛이 쨍쨍한 날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날씨는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외부의 힘이므로 그냥 그러려니 인정하고, 각각의 순간순간을 느끼려 노력하고, 특정 날씨가 주는 분위기에 빠져보면 어느 날씨나 매력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날씨를 예로 들었지만 곧 모든 사물이나 경험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이면에는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들은 경험으로 인해 판단을 하고 고정관념이 생겨 후에는 바뀌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쉽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갖고 나는 무언가를 왜 그토록 싫어하는지,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왜 그런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이렇든 저렇든 지금 살아서 이런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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