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를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우리도 모르고 사용하는 프랑스어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프랑스어를 접한 지 이제 햇수로 8년째 접어든 올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프랑스어 단어는 무엇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1. mon ami
첫 번째 단어는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단어다. 프랑스어를 잘 모르는 사람은 이 단어만 보면 사실 모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monami'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뜻은 프랑스어로 '나의 친구'다. 프랑스어로는 1인칭 소유 형용사 '나의'를 뜻하는 mon [몽]과 띄어쓰기를 포함해 친구를 의미하는 ami [아미]가 만나 결합된 단어다. 영어로는 my friend인 셈이다. 따로 읽으면 [몽아미]로 읽는 것이 맞지만 프랑스어는 연음이란 것이 발음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나미'로 발음하는 것이다.
바로 국민 펜으로 잘 알려진 '모나미 볼펜'이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났을 때 붙이는 밴드가 '대일밴드'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겼듯이 펜 하면 '모나미 펜'이라는 인식이 우리에게도 한 때 생겼던 때가 있다.
2. vin chaud
두 번째 단어는 한국인들이 '뱅쇼'로 발음하는 단어다. 주로 서양식 레스토랑에 가면 마실 수 있다. 뱅쇼는 와인이긴 와인인데 좀 특별하다. 일단 레드 와인이고, 따듯하다. 주로 와인은 시원하게 마시거나 상온에 보관된 와인을 마시는데 따듯해서 주로 프랑스에서도 겨울에 마시거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마신다. 또한 크리스마스 시즌에 프랑스 꼴마르, 스트라스부그 지역에 가면 뱅쇼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2~3유로에 마실 수 있다.
프랑스어는 형용사가 영어와 달리 보통 명사 뒤에서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 바로 chaud라는 단어가 형용사고, '따듯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발음도 한국 발음인 '쇼'와 꽤나 비슷하다. 그리고 나머지 vin이라는 단어가 와인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따듯한 와인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식 발음은 실제 발음과 큰 차이가 있다. 뱅쇼로 알고 있는 이 단어는 실제는 '방쇼'와 더 비슷하고, 영어에도 존재하는 'v' 소리를 내야 한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어디 가서 뱅쇼를 마실 일이 있다면 원래 '방쇼'라고 읽는 거라고 한마디 할 수 있을 것이다.
3. chanson
세 번째는 '샹송'이라는 단어다. 샹송이라고 하면 누구나 "아~ 그거 프랑스 노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프랑스어의 이 단어는 노래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단어다. 영어로 비교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듯해서 예를 들자면 'a song' 즉 '노래'라는 뜻을 지닌 단어인 것이다. 이 단어는 본래 여성명사여서 'une chanson'이라고 표기하고 관사를 포함한다. 그리고 실제 발음은 샹송이 아닌 셩송과 더 비슷하다. 왜냐하면 'an'의 조합이 프랑스어에서는 [엉]이라고 발음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프랑스어 단어인 chanson은 프랑스에서 그냥 노래 한 곡을 의미하고, 프랑스 노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프랑스 노래라는 단어를 만들고 싶다면 프랑스어로는 'une chanson française'라고 해야 올바르다. française는 영어로 french, 한국어로는 '프랑스의'라는 형용사(여)로 사용되어 '프랑스 노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chanson을 프랑스 노래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실제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
4. encore
네 번째 단어는 주로 음악회나 콘서트에서 들을 수 있는 단어다. 공연이 다 끝나고 사람들은 뭐라고 하면서 아쉬움을 달랠까?
"앵콜! 앵콜! 앵콜!"
우리는 '앵콜!'을 소리친다. 또한 '앙코르 무대'와 같은 단어도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는 이 단어를 앵콜,앙코르 이렇게 두가지 형태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같은 뜻이고 이 단어 역시 프랑스어다. 이 뜻은 프랑스어로 '다시, 아직, 여전히'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영어로는 'again, still'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 단어를 외칠 때는 '다시 again'이라는 의미로 외치는 것일 것이다. 다시, 또 추가 연주를 부탁하는 것이다.
그럼 실제 발음은 어떨까? 실제 발음은 앵콜과는 거리가 멀다. 프랑스어의 발음은 [엉꼬ㅎ] 정도로 발음을 한다. r 발음은 한국어 ㅎ과 비슷한 발음이 나서 이와 같이 표기했다.
5. rouge
이 단어는 요즘 MZ시대 즉 20~30대에 주로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심지어 현재 40대도 많이 사용은 하지 않는 단어다. 주로 60대 이상 연세가 있는 분들이 사용하던 언어다. 바로 '루즈'라고 하는 단어다. 특히 어머니들이 립스틱을 루즈라고 하기도 했다.
실제 이 단어는 영어로 red를 의미하는 '빨간색. 빨간'을 의미하는 단어고 발음은 [후즈]정도로 소리가 난다. 마찬가지로 r발음은 프랑스어로 ㅎ발음이 나서 후즈로 발음 표기했다. 또한 물랑루즈라는 단어도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이다. 몽마르뜨 언덕을 올라가게 되면 입구 초입에 보이는 물랑루즈 건물이 있다. 물랑은 풍차를 의미하고 여기서의 루즈 또한 빨간색을 의미한다. 즉, 빨간색 풍차를 의미하는 게 물랑루즈다.
6. la neige
이 단어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주로 LANEIGE로 표기를 하고 있다. 본래 이 단어는 겨울에 내리는 '눈'을 의미하는 단어고 관사가 같이 결합된 단어다. 프랑스어는 남성, 여성 명사로 구분이 되고, 이 단어는 여성 명사로써, 여성 정관사인 la와 같이 사용된다.
프랑스어 발음은 [라네즈]보다 [라네지]와 조금 더 비슷하다. 정확히 한국어 발음에는 없지만 [즈]와 [지]의 중간 발음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7. ma monde
이 단어 또한 많이 어디서 본 듯한 단어일 것이다. 바로 국내 화장품 브랜드인 '마몽드'다. 이 또한 프랑스어 단어고, 보다시피 브랜드 네임을 정할 때, 프랑스어를 많이 활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단어는 우선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일단 이런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이 때문에 나 또한 헷갈렸던 적이 있다.
발음은 일단 프랑스어 발음도 [마몽드]로 정말 비슷하게 발음한다. 그러나 문법적으로는 틀린 단어다. monde라는 단어는 '세상, 세계'를 의미하지만 남성 명사다. 그리고 그 앞에 ma는 '나의'를 뜻하고 여성명사와 함께 쓰이는 소유 형용사로써 monde라는 단어가 여성명사여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이 단어는 앞에서 언급된 단어인 mon ami처럼 mon과 함께 쓰여 mon monde가 올바르다. 영어로는 'my world'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분명 이 단어는 남성 명사인데 여성 형용사와 같이 쓰여서 잠시 동안 머릿속에 혼란이 오기도 했지만 브랜드 네이밍을 정할 때, 듣기 좋고, 기억되기 좋은 ma와 같이 혼합해서 지었다고 한다.
8. pantalon
이 단어는 여성분들이 잘 알 것이다. '판타롱'이라고 어딘가에 쓰여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바로 스타킹 패키지를 살펴보면 판타롱 스타킹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단어의 실제 발음은 [뻥딸롱]과 비슷하다.
프랑스에서는 이 단어가 스타킹에 사용되기보다 그냥 바지를 의미한다. 남성 명사로써 un pantalon이라고 표기한다. 즉, 프랑스에서는 그냥 바지를 의미하는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킹에 비유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9. déjà vu
아홉 번째 단어는 '데자뷔'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단어 또한 프랑스어고, 실제 프랑스어 발음 또한 [데쟈v뷰]로 비슷하다.
그럼 우리는 이 단어를 언제 사용할까? 우리는 시간을 보내며 어떤 상황을 접하게 될 때 묘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바로 그 상황이 언젠가 접해본 느낌이 들 때다. 꿈에서든지, 아님 실제로 과거에 겪었던 느낌이 들 때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상황이 데자뷔 현상이다.
이 단어의 뜻은 '이미'를 뜻하는 déjà 와 '보다' 동사의 과거 분사 형태인 vu가 와서 '이미 본'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과거에 이미 봤던 것을 겪는 현상을 뜻한다.
10. enfant
마지막 단어는 치즈로 유명한 '앙팡'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이 단어는 프랑스어로 실제는 [엉f펑]과 비슷하고 f는 영어와 같이 윗 치아가 아랫입술에 닿으면서 바람이 세는 소리를 내야 한다.
프랑스어 뜻은 '어린이, 아이'를 의미한다. 프랑스어 단어로는 관사가 주로 붙어 un enfant [아넝f펑], des enfant [데정f펑]으로 주로 사용된다. 앞으로 이 앙팡 치즈를 발견하면 '어린이들을 위한 유제품이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10가지 단어를 모두 살펴봤다. 그 외에도 우리가 프랑스어인지 잘 모르고 사용하는 브랜드도 더 있지만 다음에 프랑스 브랜드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 남겨두려고 한다. 10가지 단어를 살펴보면 이런 의미가 있었는지 몰랐던 분들도 계실 것이다. 나는 프랑스어를 배우고 가르치며 이런 숨겨진 의미를 알아가며 더더욱 프랑스어에 대한 흥미가 생겼던 것 같다.
여러분들도 이 단어들을 보며 프랑스어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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