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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투안 Feb 28. 2022

당신은 현재 멋진 일을 하고 있나요?

프랑스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

 프랑스에 잠시 거주하며 유학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이 예전보다 더 많아져 한국어 인기를 실감할 수 있으나, 내가 프랑스에 있었던 시기인 2013~4년도에도 주변에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프랑스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프랑스에 거주하던 당시 나 또한 언어 교환을 하기도 하고, 매주 시간을 정해 프랑스인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한국어 교육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갖고 가르치지 않았고,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가르쳤던 것 같다. 


 어떤 일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어렵지 않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데에 있어 '멋'이 느껴지진 않았다. 즉,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가볍게 생각했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그럼 과연 내가 정의하는 멋진 일이란 무엇일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단지, 진입 장벽이 낮고,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쉽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멋진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모든 일에는 의미가 담겨있다. 물론, 본인이 하는 일을 단지 하루하루 버티고 살아가기위해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대단한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해 그 일을 대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은 달라진다.


 남들은 잘 몰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대한다면 충분히 멋진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남들은 잘 알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나는 몇 년간 프랑스어라는 언어를 가르치며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라는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다. 물론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가르치는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소통 능력은 물론이고 내가 지니고 있는 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먼저 묻지 않아도 상대방의 수준에 맞게 필요한 지식을 적절하게 설명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수치화할 수 없고 잘 드러나지 않고, 겉으로 화려하지 않아 멋진 일이라고 보기란 쉽지 않다. 나 또한 그랬다.


 생각해보면 나는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있었다. 단지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거나,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메기는 등급으로 보면 대단하거나 멋진 일은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온 우리 사회의 인식은 의사,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 '사'자가 들어가는 전문직을 주로 '멋진 일'라고 생각하고, 소개팅 자리에 이러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동적으로 호감이 상승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일을 대하며, 삶에 어떤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지는 관심 밖으로 둔다. 



 나는 멋진 일이란,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어,
그 누군가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더 좋은 경험과 행복을 느껴
그 좋은 감정들이 이 사회에 전파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멋진 일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나는 충분히 멋진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언어를 배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 사람 인생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고, 그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선항 영향력이 전달된다면 멋진 일인 것이다. 


줌으로 진행하는 프랑스인 대상 한국어 수업


 프랑스어를 가르치던 내가 요즘엔 프랑스인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영화관에 가면 주로 사람들이 프랑스어로 더빙된 영화를 즐겨본다. 심지어 티비에서 방영하는 외국 드라마들도 프랑스어로 더빙이 되어있고, 자막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과는 다른 점이다. 한국의 영화관에서 더빙으로 된 영화를 본 경험이 사실 전무하다. 한국 사람들은 오리지널 버전에 자막 영상을 선호한다. 

 

 이러한 사실이 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프랑스인들에게도 적용되어 영어나 한국어로 한글을 배우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것에 더 큰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초보자 입장에서는 모국어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현재 나는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어 문법을 새롭게 공부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던 한국어에도  프랑스어 만큼의 복잡한 문법이 숨어있었다. 그것을 프랑스어로 설명한다는 것,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내 기준에 의하면 멋진 일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영향력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모두 의미가 있다. 영향력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는 일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내가 세운 멋진 일이라는 기준에 맞게 일을 하고 있나 생각해보면 앞으로 일을 대할 때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고, 자신의 삶의 만족도는 올라갈 것이다.


사회에서 정의하는 멋진 일을 하기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멋진 일을 하는 것. 그것이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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