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들에게
아들아, 수능 100일 앞에 홀로 서있구나.
그 100일의 끝을 바라보고 있니?
아빠가 너 일 때 그 끝은 벼랑처럼 다가왔다.
날아오르던가, 아니면 떨어져 버리거나, 돌이킬 수도 없는...
그땐 아빠도 몰랐었다.
그런데 그곳은 벼랑 끝이 아니었다.
그 100일의 끝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그런 심판대가 아니었다.
그 끝에서, 아빠의 선택을 기다려 온 새로운 삶들을 만났다.
그 모든 삶들을 사랑으로 마주하니, 아빠의 선택은 스무 살 시절의 특권이 되었다.
삶의 노란빛을 사랑한 반 고흐, 숲의 노래를 들었던 베토벤, 우주를 바라본 아인쉬타인,
스무 살 시절 나의 선택, 가슴 뛰는 삶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지금 넌 29년 전 아빠의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혹시 지금, 삶의 무게에 눌려 애쓰고 있지는 않니?
그땐 아빠도 너와 같았지.
그러나 이젠 안다.
삶은 언제나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움을...
바라보렴, 크게 호흡하렴,
세상이 얼마나 큰 무대인지,
그 무한의 공간에서 춤을 출 때, 삶이 얼마나 설레고 아름다운 것인지...
보이니? 그 삶에게 춤을 청해 보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사랑하는 아들아,
네 안의 우주를 느껴보렴.
삶을 넘어 존재하는 그 무한대의 공간을 찾아보렴.
100일은 참 작지 않니? 한여름 밤의 꿈처럼 그도 곧 지나가겠지!
앞으로의 네 삶은 상상만 해도 경이롭구나.
너의 작은 100일에 큰 사랑을 주렴.
2012년 7월 25일
널 사랑함에 춤을 추는 아빠가
201207251205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