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NIZ Oct 16. 2018

줄리안 오피의 미니멀리즘과 보는 자, 보이는 자

2018.03. 19. 4 BUZZ spring 2018

줄리안 오피의 미니멀리즘과 보는 자, 보이는 자  




도시의 일상 속에서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머리카락, 피부색, 눈빛, 표정, 안경, 수염, 머플러, 재킷, 바지, 신발, 가방, 걸음걸이... 의식적이든 의식적이지 않든 수많은 모습들이 습관화된 기억법에 맞게 패턴화 되어 머릿속 어디엔가 각인되고 저장된다.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기억하는 것일까? 여기 줄리안 오피의 기억법이 있다.  


런던 태생 줄리안 오피(Julian Opie 1958~)는 앤디 워홀 이후의 최고의 팝 아티스트로 불린다. 모던한 색채와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그는 뉴욕 시청, 도쿄 오모테산도 모리 빌딩, 서울 스퀘어 등에 설치된 그의 도시 프로젝트들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줄리안 오피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도시인의 기억법에 맞게 간결하게 저장된 사람들의 일상적 실루엣들을 꺼내어 볼 수 있다.  


위 작품은 '비 오는 날 사당동'이다. 줄리안 오피의 기억법 속에 각인된 서울 도시인의 실루엣이다. 서울 사람들의 바쁜 일상을 패셔너블한 소품들 우산, 가방, 슈트, 신발, 안경, 스마트 폰 등에 담았다.  굵게 그려진 윤곽 속에 강조된 걸음걸이와 다양한 색채를 통해 표현된 애니메이션 같은 역동성이 상대적으로 생략된 얼굴을 통해 표현된 도시인의 고독과 대비되어 공감을 준다.


그 바로 아래 이미지는 2000년 오피가 제작한 영국 밴드 'BLUR'의 앨범 재킷이다. 아이러니하게도 Blur기법은 특정 이미지 영역의 강조를 위해 배경화면의 초점을 흐리게 만드는 방법이다. 줄리안 오피는 점과 선으로 미니멀한 표현만 남기고 나머지는 색채로 채움으로써 멤버 각각의 개성들을 극단적으로 강조하였다. 배경을 채운 옐로, 블루, 그린, 핑크 네 가지 색채는 멤버 각각이 다루는 악기를 통해 표출되는 유니크한 표현의 세계와 대비가 된다.  


줄리안 오피의 작품을 보며 한병철 교수의 철학적 담론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너무 바쁘고 사회는 너무 빠르다. 일 뿐만 아니라 취미, 쇼핑, 사람과의 만남 등 모든 것들이 촘촘히 이어진 하루를 산다. 한병철 교수는 그의 저서 <피로사회>에서 이러한 삶들이 모여진 사회를 '성과사회'라고 불렀다. 우리는 스스로가 경쟁적으로 성과를 지향하고 있으며 그것을 능력이라 여긴다. 바쁜 일상 속에 반응하듯 살아가며 우리는 점점 사유와 성찰의 힘을 잃게 된다. 무엇이 가능할까?  


여기 보는 자와 보이는 자가 있다. 우리는 경쟁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보려고 애쓰기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이것은 보이는 자가 아닌 보는 자의 문제이다. 우리는 보는 자와 보이는 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보는 자는 '나'이며 보이는 자는 나를 포함한 사회이다. 이제 줄리안 오피의 기억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그곳에 보는 '나'가 바라보는 휴식과 평화가 있다. 기원전 4세기에 요가를 창시한 파탄잘리가 말했다. 보는 자는 보이는 자가 아니다. 201803190145pm


매거진의 이전글 VR 밴드 고릴라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