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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IZ Oct 16. 2018

VR 밴드 고릴라즈

2017.09. 07. 4 BUZZ winter 2017


VR, '가상현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먼저 여러 전자회사의 VR기기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최근 영화관에 가본 사람은 엘튼 존의 곡 'Rocket man'을 배경으로 VR기기를 착용한 타조가 하늘을 나르는 체험을 하는 멋진 광고가 생각 날 수도 있다. 영화 마니아라면 미래의 가상현실 세계를 주제로 한 '토털 리콜', '매트릭스'가 생각날 것이다. 2017년 제74회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처음으로 VR영화 경쟁부문이 생겼다고 한다. 이렇듯 VR 하면 영상을 생각하게 되지만, 음악 분야에는 가상현실이 없을까? 놀랍게도 음악 분야에서도 오래전부터 가상 아티스트를 통한 VR 음악의 시도가 있었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예로 오늘 소개하는 '고릴라즈 Gorillaz'가 있다. 
  

고릴라즈는 영국 태생의 4인조 가상밴드이다. 여기서 4인조라 함은 인간이 아닌 2D(보컬, 키보드), 누들(보컬, 기타), 머독(베이스), 러셀(드럼)로 구성된 4명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뜻한다. 고릴라즈는 영국 그룹 Blur의 프런트 맨 인 데이먼 알반과 탱트걸로 유명한 만화가 제이미 휴렛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들의 탄생은 작은 우연의 결과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두 사람은 습관적으로 뮤직 비디오 채널 MTV를 보았고 천편일률적 영상들에 식상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쓰레기같이 쏟아지는 뮤비 대신 '뭐 좀 특별난 것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에 카툰 캐릭터를 앞세운 가상밴드를 착안하게 되었다. 데이먼이 곡을 쓰고 제이미는 카툰 캐릭터를 구상하였으며, 그들의 생김새부터, 성격, 습관, 세계관 등 캐릭터 각자의 삶의 모형을 철저하게 상상하였다. 드디어 2000년 첫 번째 EP [Tomorrow -comes Today]를 발매한다. 그리고 새로운 앨범과 공연들을 거치면서 고릴라즈의 음악 스타일과 표현기법은 엄청난 진화를 거친다.

 

제이미 휴렛과 데이먼 알반

2001년 첫 싱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메가 히트를 하였고 그 해 발매한 앨범 [Gorillaz]는 70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현존하는 가장 성공적인 가상밴드로 기네스북에 오른다. 게임 FIFA 2002의 주제곡으로 쓰인 '19-2000'도 이 앨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트랙이다. 2005년 앨범 [Demon eyes]를 발표하고 800만 장의 판매량을 올렸으며 영국에서 다섯 번, 미국에서 두 번의 플래티넘을 달성한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 중 ‘Feel Good Inc.’는 역대 고릴라즈 음원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음원 중 하나이다. 이 곡으로 2006 Grammy Best pop collaboration with Vocal을 수상한다. 2010년 콘셉트 앨범 [Plastic Beach]을 발표했다. 이 앨범엔 루 리드(Lou Reed), 모스 데프(Mos Def), 스눕 독(Snoop Dogg), 드 라 소울(De La soul) 등 쟁쟁한 뮤지션이 참여했으며, 타이틀곡인 ‘Stylo’의 뮤직비디오에는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가 등장하기도 한다. 서정적인 멜로디의 ‘On Melancholi Hill’도 놓치지 말아야 할 트랙 중 하나다. 2011년에는 아이패드를 주로 사용한 데모 성격의 [The Fall]을 발표한다. 그리고 2017년 봄, 7년의 공백을 깨고 새 앨범 [Humanz]를 발표하였으며 여름 지산 록 페스티벌 참가 밴드로 한국을 방문하였다.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다 보면 4인의 캐릭터들은 콘셉트를 넘어 실제 현실 속에서도 ‘살아있는 존재’로 느껴진다. 이는 바로 각각의 캐릭터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협주를 통해 서로의 관계가 형성되는 생명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고릴라즈는 실존하지 않음에도, 현실을 초월하는 어떤 아티스트 못지않은 큰 존재감을 갖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데이먼 알반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2D'라는 캐릭터의 존재를 통해서 데이먼 안에 숨어 있던 또 하나의 자유로운 창조성이 탄생하는 것이다. 데이먼이라는 이름과 얼굴로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는 찾지 못했던 숨어 있는 영감이 '2D'라는 가상현실 속 캐릭터를 통해서 표출되는 것이다. "나는 나를 보고 있는 나를 본다."라고 말한 샤르트르의 말처럼 양파 껍질처럼 겹겹이 쌓여 있는 존재의 층들 속에서, 우리는 '나'라는 이름과 얼굴로 대응되는 가장 바깥층의 삶밖에 보지 못한다. 고릴라즈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서 우리 안에 숨겨진 또 다른 '2D'를 찾아보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20170907021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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