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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IZ Oct 16. 2018

여행학 개론

2018.06. 26. 4 BUZZ summer 2018

여행학 개론  


우리가 항상 꿈꾸는 여행의 본질은 무엇일까? 여행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님'이다. 또 '유람'은 '아름다운 경치나 이름난 장소를 돌아다니며 구경함' 즉 관광이란 뜻을 포함한다.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여행을 의미하는 Tour, Trip, Travel 그리고 Journey라는 단어가 있다. Tour가 정해진 시간, 코스를 따라 움직이는 단체 관광이라면, Trip은 계획 없이 발 닿는 데로 움직이며 보는 자유 관광에 가깝다. 동사이기도 한 'Travel'이 기한을 두고 떠나는 여행이라면, 'Journey'는 시작점으로 돌아올 기약 없이 떠나는 긴 여정이라는 어감을 가진다. 한자의 뜻을 살펴보아도 관광은 멋진 풍광(光)을 보는(觀)것이고, 여행은 나그네(旅)가 되어 어디론가 가는(行) 것이다. 이렇듯 여행과 관광은 비슷하게 혼용되어 쓰이지만 서로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멋진 명소를 방문하고 유명한 식당에서 대표 음식을 즐기는 것이 관광이라면, 여행은 이방인이 되어 현지인의 삶을 탐구하고 체험하는 모험적인 것이다. 


비긴 어게인

비긴 어게인/ 버스킹


최근 TV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두 개의 여행 프로그램이 있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비긴 어게인’이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면 관광과 여행의 요소가 적절히 잘 섞여 있다. 방문객 개개인은 환경에 따라 관광을 하기도 여행의 경험을 하기도 한다. '비긴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의 소재인 버스킹은 전형적인 여행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유명세를 내려놓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의 공연을 통해 아티스트들은 색다른 경험을 한다. 그 경험은, 팬들과 함께 하는 공연의  되풀이 속에 잊었던  무명 시절의 순수하고 간절했던 떨림이다.  



삶과 여행


삶은 여행이라고 이야기한다. 삶 속에서 우리는 관광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여행자의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러시아 월드컵을 보며 환호하는 관객이 관광객이라면, 땀과 눈물에 범벅이 된 선수들의 삶은 여행자이다. 웹 검색을 하는 것이 알려진 지식에 대한 효율적인 관광이라면, 독서는 미지의 세계로의 지난한 여행이다. TV 드라마, 영화 관람이 관광이라면, 연극 경험은 여행이다. 교회를 찾는 것이 관광이라면, 기도와 명상은 여행자의 경험이다. 여행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창조적인 경험을 한다. 되돌아본다, 나의 지난 삶은 Tour였나, trip이었나, travel이었나? 지금 존재는 관광객인가, 여행자인가? 관광은 여행보다 쉽고, 편리하고, 안전하지만, 여행자가 얻는 창조적 경험을 할 수 없다. 관광은 알려진 것에 대한 확인이며 여행은 모르는 것에 대한 우발적 체험이기 때문이다. 안다는 자는 생각을, 비우는 자는 경험을 한다. 아는 것은 모르는 곳으로 가기 위함이다. 



3월의 공간


지난 3월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 본다. 보통 사람은 생각하고, 시인은 경험하며, 깨어있는 사람은 존재한다. 보통 사람은 '자연에 대해' 생각하고, 시인은 '자연을' 경험하며 깨어 있는 사람은 '자연이' 된다. 꽃을 경험한 사람은 꽃에 대해 알 필요가 없으며, 꽃이 된 사람은 꽃을 경험할 필요가 없다. 자신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관조하는 '참나'로 존재할 때 보는 자는 보이는 자가 아니다. 삶은 보이는 곳에서 태어나, 알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가는 긴 여정(Journey)이 아닐까? 

20180626035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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