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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토 Dec 20. 2024

미움과 겸손은 도대체 무슨 사이일까?

미움받을 용기를 갖기 위해 꼭 필요한 겸손과 과대자기












내 편을 가지지 못해 가장 괴로운 일은 아마 마음에 미움이 점점 자란다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자칫하면 이를 평생 모른 채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내 편을 가지지 못해 형성된 여러 가지 성격적, 심리적 결함들로 만들어 된 미움들이 많은데, 그저 남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망으로만 여기기에 십상인 까닭입니다.     



몇 년 전부터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밑줄까지 쳐가며 인상 깊게 읽었었지만, 책에서 알려준 대로 막상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오랜 시간 삐뚤어진 채로 살아오다 보니, 미움받을 용기의 가장 기본 전제인 자신의 감정을 이해, 인정하고, 자신을 수용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내 편을 가지지 못한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부터 수용과 인정을 받지 못한 경험들이 ‘미성숙한 자아’를 만들면서, 자신의 가치를 타인으로 채우려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지나치게 자아에 몰두하게 돼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학 용어로 ‘과대자기 혹은 자아팽창’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네가 먼데 나를 이렇게 대해?, 나는 이럴 대접받을 사람 아니야, 나는 모두에게 사랑받아야 해, 내가 제일 피해자야, 나만 억울하고 분해.’ 이렇게 자기중심적이고 과대평가된 자아를 가지게 되면 무엇보다 타인과의 관계가 삐거덕거리게 되고, 자연스레 마음에 ‘미움’이 생겨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나를 좋아하지 않으니 싫어하는 거다, 답장이 없으니 나를 거부하는 것이다, 오랜 친구였는데 연말 인사를 하지 않았으니 이제 친구가 아니다. 그리고 실은 이런 식으로 나의 미숙하고 불안한 사고들로 인해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건데, 되려 상대방에 대한 불만과 원망만 쌓이게 됩니다.     



그래서 미움의 근원을 계속 찾아가다 보면 종국에는 그 뿌리가 타인이 아닌 나에게 있는 경우가 저는 많았습니다. 제가 그만큼 미숙하고 불안한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이처럼 자신을 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움을 안고 사는 것이 가장 괴롭다는 결론을 얻고는, 미움을 없애는 방법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기, 자존감을 높이기, 자신을 사랑하기, 상대를 용서하기 등등.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그 방법들을 실천해볼수록 오히려 미움이 사라지기는커녕 자신이 점점 괴로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요.     



저처럼 과대자기로 인해 대인관계에서의 문제와 나아가 미움까지 생기는 사람에게는 가장 먼저 ‘겸손’이 필요하다고 깨달은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인정과 함께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나를 수용하고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겸손이 갖춰져야 미움을 없앨 수 있다는 진리를 말입니다.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수용 그리고 타인의 가치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이를 바탕으로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자아를 만들어 ‘그럴 수도 있지,’라는 태도로 세상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깨닫고 보니, 저라는 사람은 참으로 오만하고 교만했었습니다.

그동안 가지고 있었다 믿었던 겸손한 외적 자세는 진정한 겸손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아주 밑바닥에는 ‘내 말이 맞으니 나를 따라 해, 감히 나한테 그렇게 행동해?’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저 내 편이 없다고만 투덜대기만 했던 것입니다. 진정한 겸손은 내 안 깊숙이 있는 따뜻하고 굳건한 믿음이자 태도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조금은 슬프지만, 그나마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이조차 세월에 또는 고난에 깎이지 않았다면 영원히 몰랐을 것이며, 여전히 왜곡된 자아만 붙들고 타인에 대한 불만만 털어놓고 있었을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겸손을 찾아보니, 단순한 미덕인 줄 알았던 겸손이 단순히 한 인간을 성장시키키는 것을 넘어 삶을 아름답게, 세상을 풍요롭게까지 만드는 아주 엄청난 힘을 지닌 가치라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아주 보편적인 진리였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진작 물어볼걸, 후회가 됩니다. 너무나 오래 지독하게 나의 세상에만 갇혀 지냈던 것 같습니다.     






<겸손은 다른 사람에게 가장 불쾌감을 주지 않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기시미 이치로(미움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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