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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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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May 08. 2018

민들레 홀홀

내겐 너무 아름다운 호~ 호~

호~ 호~

뜨거운 국물을 한 숟가락 뜨고

호~ 호~

불어서 서우 입에 넣어주면

서우는 앙 입을 다무려다

뜨거운 기운이 느끼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입을 떼고 도리질을 한다.

뜨거운 것을 먹으면 후두두 뱉어내던 아기가

미리 알고 경계하는 아기가 되었다.

경계가 생긴 것을 기뻐하며 호~ 호~ 불던 것을

후- 후- 분다.

늦게 주면 귀여운 호령을 내리는 우리 집 아기대감.


호~ 호~ 부는 것은

사실은 촛불 끄기부터 시작됐다.

촛불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서우는

식구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자주 불러줘서

생일 축하 노래와 촛불을 연결할 줄 안다.

노래 운을 띄우면 박수 칠 준비를 하고

식구들 생일이나 기념일에 몇 번 초 끄는 걸 보더니

스스로 바람을 불어 불을 끈다.

호~ 호~


입을 오무린 작은 아기새는

곳곳에 피어난 민들레 홀씨를 무척 좋아한다.

마침 민들레 홀씨가 날리는 철인지 곳곳에서

솜사탕인 듯, 알에서 갓 나온 아기새인 듯

하얗고 보드랗고 동글동글한 민들레 홀씨가

방울방울 피었다.


하나를 떼어 손에 쥐어주면 꼭 잡고 다닌다.

그러다 바지에 스치거나 바람이 불어

동그란 홀씨에 이가 빠지면 식구에게 주고

온전한 홀씨를 달라고 한다.

넘겨받은 홀씨를 호~ 호~ 불어 날리다가

서우 입으로 가져가면

호~ 호~ 부는 작은 부리가 뻐끔거린다.


홀씨는 날리지 않는데

작고 여린 그 숨결에

내 마음 속 근심과 걱정이 홀홀 날린다.

근심과 걱정이 날린 자리에

아들이 건내준 하얀 등불같은 민들레 홀씨가

내 마음 속 언덕에 멀리 멀리 퍼진다.

서우가 건넨 이 빠진 민들레
이 빠진 민들레에 심기가 불편한 서우대감
요기 날아온 줄은 몰랐지롱 ^^
내겐 너무 아름다운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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