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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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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Mar 20. 2018

새로운 세계

이런 느낌 처음이야

그의 눈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제까지 써보지 못한 두 개의 긴 막대기가

자신의 입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기심과 긴장이 뒤섞인 짧은 순간

그는 이 상황을 거부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을 택했다. 


마침내 두 개의 긴 막대기 사이에 끼워져 있던

노란 덩어리가 그의 입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의 오른손이 스르르 올라갔다. 

아주 천천히, 느린 화면을 보는 것처럼.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부들거리는 감촉이 혀를 감쌌고

이제껏 먹어보았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자극이었다. 


그는 만족의 표시로 손을 번쩍 드는 대신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그 순간도 아까워 

아주 천천히,

입 속의 노란 덩어리가 스르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즐기며

아주 천천히, 느린 화면을 보는 것처럼

손을 스르르 올렸다. 


감동한 그의 눈을 보고

노란 덩어리를 입에 넣어준 사람이 말했다. 

"서우야, 그건 계란이야. 꼬꼬댁 알지? 

꼬꼬댁이 알을 낳는데 그걸 요리한 거야. 

달걀이라고도 하고. 

이건 여러 달걀 요리 중에 계란 프라이라고 해."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다음 노란 덩어리, 노른자를 먹고 싶을 뿐이었다. 

속에서 자기도 모르는 기운이 솟구쳐

그는 엉덩이를 들써 꺼리고 고개를 마구 좌우로 흔들었다. 

오직 계란을 먹는 순간에만 간신히 진정되었다. 


그 짧은 순간 정신을 다잡고

그는 재차 계란과 두 개의 긴 막대기, 젓가락을 연달아 가리키며

필사적으로 이 상황을 지속하고자 노력했다. 

물론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그의 앞에 있던 사람, 아빠는

자기 밥그릇에 있던 계란을 그에게 계속 건넸고

다 떨어지자 미안해하기까지 했다. 


그가 계란의 신세계를 맛보고 있는 사이

아빠와 엄마는 깔깔대며

고기 먹으면 장난 아니겠네~

흐뭇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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