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손잡고 걷자
봄비가 왔다.
어젯밤 장모님 댁에 오가는 길에
공기가 참 좋았다.
나무 내음이 물든 적당히 습하고 적당히 시원한 그 공기.
숨을 쉬는데만 쓰기 아까운 맛있는 공기다.
“서우야 너도 깊게 들이쉬고 해봐. 평소와 다르지 않니?”
흡~ 킁~~ 짐짓 코로 크게 숨을 내쉬었지만
힙시트에 안겨있는 서우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내 콧김이 귀찮을 법도 한데 ㅋ
가만히, 골똘한 얼굴로 멍 때리는 아들의 눈이
밤하늘보다 까맣고 깊게 빛난다.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뛰놀기에 좋은 눈이다.
날이 밝아 구로에 있는 계열사로 출근했다.
사람들이 각자 치열하게 이야기하는 회의에서
사장과 발표자 사이로만 옮겨다니는 치열함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갸우뚱 고개를 저어보았다.
치열함은 외로웠고 사람들은 서로의 치열함을
들여다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사장의 얼굴만이 벌겋게 달아올라
외로운 치열함을 채찍질했다.
외로운 치열함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목표와 결과가 흐릿한 이야기를
세 시간 연속으로 듣는 건 지치는 일이다.
알던 차장님과 점심을 먹고
미팅을 한 시간 정도 하고
다시 마포로 길을 나섰다.
여러 번 걷던 길인데 왠지 모르게 상쾌했다.
눈을 들어보니 미세먼지 없이 깨끗하고 파란 하늘이
어제 본 서우 눈처럼 맑고 깊었다.
나도 모르게 아기 염소 노래를 속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저 파란 하늘 같은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은 어떤 언덕일까.
아기 염소들이 모여 풀을 뜯고 노는
그 언덕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어느 새 서우와 아내의 손을 잡고
스스스 시원한 봄바람이 뺨을 스치고
사사사 긴 풀들이 춤을 추는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을
한 발 한 발 걷고 있었다.
그 때 날아온 아내의 카톡!
아내와 통했나보다.
걷던 시간은 조금 달랐겠지만
함께 곁에서 걷지는 못했지만
행복한 꿈을 꾸게 해준 파란 하늘을
각자 즐기고 좋아했다는 걸 알게 되니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평일의 대부분
몸은 떨어져 있어도 이렇게 같이 산다.
(물론 몸도 같이, 사는 것도 같이 하는 게 최고다.)
아내야, 서우야
우리 봄 나들이 가자.
파란 꿈이 깔린 언덕을
노란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
세 식구 종종종 봄 나들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