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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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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Mar 05. 2018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우리 같이 손잡고 걷자

봄비가 왔다.

어젯밤 장모님 댁에 오가는 길에

공기가 참 좋았다.

나무 내음이 물든 적당히 습하고 적당히 시원한 그 공기.

숨을 쉬는데만 쓰기 아까운 맛있는 공기다.

“서우야 너도 깊게 들이쉬고 해봐. 평소와 다르지 않니?”

흡~ 킁~~ 짐짓 코로 크게 숨을 내쉬었지만

힙시트에 안겨있는 서우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내 콧김이 귀찮을 법도 한데 ㅋ

가만히, 골똘한 얼굴로 멍 때리는 아들의 눈이

밤하늘보다 까맣고 깊게 빛난다.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뛰놀기에 좋은 눈이다.


날이 밝아 구로에 있는 계열사로 출근했다.

사람들이 각자 치열하게 이야기하는 회의에서

사장과 발표자 사이로만 옮겨다니는 치열함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갸우뚱 고개를 저어보았다.

치열함은 외로웠고 사람들은 서로의 치열함을

들여다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사장의 얼굴만이 벌겋게 달아올라

외로운 치열함을 채찍질했다.


외로운 치열함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목표와 결과가 흐릿한 이야기를

세 시간 연속으로 듣는 건 지치는 일이다.


알던 차장님과 점심을 먹고

미팅을 한 시간 정도 하고

다시 마포로 길을 나섰다.


여러 번 걷던 길인데 왠지 모르게 상쾌했다.

눈을 들어보니 미세먼지 없이 깨끗하고 파란 하늘이

어제 본 서우 눈처럼 맑고 깊었다.

나도 모르게 아기 염소 노래를 속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저 파란 하늘 같은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은 어떤 언덕일까.

아기 염소들이 모여 풀을 뜯고 노는

그 언덕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어느 새 서우와 아내의 손을 잡고

스스스 시원한 봄바람이 뺨을 스치고

사사사 긴 풀들이 춤을 추는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을

한 발 한 발 걷고 있었다.


그 때 날아온 아내의 카톡!

아내와 통했나보다.

걷던 시간은 조금 달랐겠지만

함께 곁에서 걷지는 못했지만

행복한 꿈을 꾸게 해준 파란 하늘을

각자 즐기고 좋아했다는 걸 알게 되니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평일의 대부분

몸은 떨어져 있어도 이렇게 같이 산다.

(물론 몸도 같이, 사는 것도 같이 하는 게 최고다.)


아내야, 서우야

우리 봄 나들이 가자.

파란 꿈이 깔린 언덕을

노란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

세 식구 종종종 봄 나들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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