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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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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Nov 19. 2017

서우야 생일 축하해

서우야 안녕? 아빠야. 

귀하고 귀한 우리 아들의 첫 돌을 마음에 새기기 위해 글을 남긴다. 


일년 전 오늘, 네가 엄마 뱃속에서 바깥 세상으로 나왔을 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 자궁이 열리며 정수리가 들락날락하더니

정수리보다 훨씬 큰 머리가 쑤욱 나오고 이어서 온몸이 쏟아져나왔다.

너는 예상했던 것보다 키가 컸고 또 몸무게에 비해 말랐다고 생각했다.

네가 처음 초음파 사진에서 보았던 사과씨보다 작은 아이였구나, 

네가 머리 둘레가 커서 엄마가 자연출산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걱정이 되었던 아이였구나.

반가웠다. 

드디어 널 만나 눈을 마주칠 수 있어 반갑고 또 좋았다.

두 손으로 널 받았을 때 느낀 온기와 꿈틀거림이 나는 그저 기쁘기만 했다. 


너는 크게 울지도 않고 두려워 몸을 떨지도 않았다.

반짝이는 검은 눈으로 나와 엄마를 보고, 외할머니를 보고, 의사와 조산사분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발바닥을 팡팡 치고 키를 재려고 옮기며 자리에 눕히자 그제서야 울기 시작했다.

너는 우는데 나는 웃음만 났다.

아이를 처음 받아보고 우는 아빠도 있다 하던데 

나는 엄마가 옆에서 찢어진 회음부를 꼬매느라 아파하는 와중에도 웃음만 났다.


지금도 그렇다. 

퇴근하고 들어올 때 아빠 하고 부르며 돌아보는 널 보면 그저 웃음만 난다. 

아빠! 부터 아뿌찌~ 하부찌~~ 쁘띠~ 하는 너의 언어를 그대로 따라하는 시간은 햇살처럼 빛난다.  

맛있는 걸 먹을 때 두 손을 번쩍 하늘로 치켜세우고 만세하는 너를 보면 뽀뽀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다.

네가 먹던 걸 아빠한테 응- 하며 건내줄 때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젖만 먹던 네가 단호박죽, 미역죽 이유식을 지나 

쌀밥에 구운 김, 버섯에 두부, 귤과 사과, 상추를 비롯한 각종 쌈 야채 등을 하나씩 섭렵해가는 모습을 보면

나중에 한 식탁에 앉아 세 식구 맛있게 밥 먹을 날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서우야.

아빠 하고 불러줘서, 나를 알아봐줘서 고맙고 기쁘다. 

지금보다 어릴 때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눈을 마주칠 때부터,

그보다 더 어릴 때 시력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내 새끼 손가락을 살포시 쥐는 너의 작은 손을 느낄 때부터,

그보다 더 어릴 때 사과씨만큼 작은 생명이었을 때부터

나는 너의 영원한 팬이고 후원자였다. 

나는 서우 빠돌이다.


물론 마냥 기쁜 순간만 있던 건 아니다. 

밤새 두 시간마다 깨서 울며 젖을 찾던 시절은 밤낮이 따로 없고 꿈과 현실을 오가는 날의 연속이었다. 

눈물길이 막혀 눈꼽이 끼던 너의 눈을 꾹꾹 누르고, 온 힘을 다해 바둥거리며 저항하는 너의 팔 다리를 잡고, 울고 불고 괴로워하는 너를 매일 마주해야 했던 시절은 꽤 힘들었다. 

얼마 전 걸린 감기로 기침하다 목이 아파 울고, 코가 막혀 숨 쉬는 게 불편해 잠이 들지 않아 끝내 우는 너를 보며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에 짓눌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서우야. 내 아들아.

너와 만나 괴로웠던 시간도 내게는 너무나 소중했다.

손가락 발가락만 꼬물거리던 니가 엎드려서 고개를 들고, 뒤집기를 하고, 두 팔과 다리로 기고, 마침내 잡고 서는 시간 속에 괴로움이 있었다.

기쁨과 놀라움도 거기 함께 있었다. 

너의 삶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나의 아빠로서의 삶도 그렇다. 

너를 만나 나는 두 개의 인생을 동시에 사는 것만 같다.


그제는 나를 보며 웃는 너를 보며 말 그대로 가슴에 기쁨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가슴을 다 채우고도 넘쳐서 살짝 눈물이 났다.

서우가 이제 한 살이구나.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주위 선배들이 애 금방 큰다고 하는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해가 거듭될수록 네가 커간다는 실감은 점점 희미해지겠구나 한다. 

그렇기에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그때가 좋았다고 하기보다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 하루 또 하루 지내도록 노력하겠다. 

나의 첫 아들아. 

너의 첫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가족 모두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하루 또 하루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깊게, 진실되게 바란다.

아침 햇살 같은 나의 아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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