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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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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May 24. 2018

새벽 울음

세 식구 모두 곤히 잠든 새벽,

끙끙거리는 소리가 귀로 파고들어 뇌를 꼬집는다.

눈이 번쩍 뜨여 몸을 일으키니 서우가 발길질을 하며 울고 있다.

토닥토닥 손으로 두드려주고

입으로 쉬- 쉬- 소리를 내며 안심시켜주려 했으나

아들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마구 발을 찬다.

조금 있다가 옆으로 구르며 울고, 엎드려서 울고 괴로움이 점점 커지는 게 눈에 보인다.

어둠 속에서 보는 아들의 질끈 감은 눈과 고통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몸부림에 뒷골이 서늘해진다.


우는 아들을 안아올리니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운다.

계속 토닥거리며 달래는데 서우도 자기 손으로 나를 탁탁 친다.

거실에 나가 창가에 가서 달님 이야기를 해도 질끈 감은 눈에서는 눈물만 흐른다.

안방으로 가는 길에 이런 저런 말을 거는데 눈을 잠깐 뜨고 다시 운다.


서우의 아픔을 짐작하기보다 평온한 마음으로 토닥토닥하려 노력한다.

조금씩 울음이 잦아들고 기댄 얼굴에서 쌔액 쌔액 잠든 숨소리가 난다.

스르르 아들을 내려놓으니 사라락 두려움이 사라진다.


알 수 없는 것을 만났을 때,

그것이 예상치 못한 시간과 공간일 때,

그것이 아들과 관련된 일일 때

일어나는 두려움은 크고 깊다.

다음 날 아들이 아무렇지 않게 잘 지냈다는 말 끝에서

다시 또 그러면 어떻게 하나 애써 불안을 찾는다.


지나가는 꿈이었길,

내가 알 수 없는 아픔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먹고 불안이 자라고 있는데

아침에 눈을 뿅- 하고 뜬 아들이 몸을 일으켜

“아빠”

하고 부른다.

몸을 일으켜 눈을 마주치고

“안녕 서우야”

하니 이불에 몸을 구르고

“안농”

답한다.


처음 듣는 안농 소리에 웃음이 뜬다.

잠시 후 웃음이 잦아드는 자리에 다시금 불안이 스민다.

안농 안농을 되내이며

웃음도 불안도 함께 안고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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