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나오는 작은 순간
1.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화장실에 가서 똥을 싼다.
원칙을 정하거나 그러기를 바라는 일은 아니다.
그저 몸에 든 습관이다.
습관이 주는 편안함은 달콤하다.
하루 중 다른 누구와도 마주하지 않고 오롯이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보내는 거의 유일한 시간.
이 공간과 시간에 서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나를 깨우는 게 알람이 아니라 서우가 된 지 거의 한 달이 넘었다.
아빠, 아빠, 아빠!
벌써? 제발, 조금만 더...
시간을 보면 어김없이 7시 반에서 8시 사이다.
난 아직 한참 더 자야할 것만 같은데... 믿고 싶지 않은 순간.
서우는 가만히 말로 하다가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리를 높인다.
사근사근 하던 말투도 명령조가 된다.
아빠! 이어나!!(일어나)
대부부은 이 때 일어나지만 나도 베짱을 부릴 때가 있다.
그러면 서우는 베개를 가져와서 내 얼굴을 치거나
손바닥으로 뺨을 톡톡 두드린다.
일어나서 냉동실로 향하는 서우에게 잣을 꺼내준다.
잠시 평화로워지는 틈을 타 똥을 싸로 가기로 한다.
"서우야, 아빠 응가하고 올게."
말없이 나를 보는 서우.
화장실에 가서 문을 닫고 앉아있는데 툭- 하고 스르르 열리는 문.
서우가 아빠 하고 씨익 웃는다.
그래 아들 하고 씨익 웃는다.
그러더니 툭 하고 세이프 가드를 밀고 들어오는 서우...
황급히 밖에서 기다려보라고, 금방 나갈 거라고 말려보지만 일단 들어오고 본다.
이리 저리 기웃거리던 서우가
"아빠, 이어나.(일어나)"
"지금?? 아빠 지금 똥 싸고 있어. 못 일어나."
"아빠, 이어나!"
몇 번의 실랑이 도중 휴지에 관심을 가지는 서우.
돌돌돌 휴지를 빼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표정이다.
똥줄이 탄 나는 서우가 잡아 뺀 휴지를 얼른 끊어서 내가 쓰려고 고이 접어 두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변기 솔을 잡아 빼서 휘두르기 시작한다.
결국 똥을 끊고 나오는 것으로 사태가 일단락되었다.
이제 모닝똥 시간마저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세이프 가드를 철저히 닫는 습관을 들이는 것.
그러나 기상 직후 비몽사몽한 상황에서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시간이 약이겠지.
2.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진 요즘,
서우에게 조끼를 챙겨 입힌다.
귀찮아하는 서우에게 왜 입는지 설명해준다.
"서우야, 조끼를 입어야 따뜻해요. 요새는 아침에 추워서 조끼 꼭 입어야 해."
"쪼끼 입어. (귀찮지만 알겠어요)"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밖에 나서는 서우가 토끼 인형을 챙긴다.
한참을 놀다 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 됐다.
"서우야, 이제 맘마 먹으러 가자."
"아니. (더 놀고 싶어)"
"토끼도 배고프대. 토끼도 맘마 주러 가자."
"토끼 맘마. (그래 알겠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조끼와 토끼를 가리키며
"쪼끼 맘마. (조끼 맘마 주러 가요)"
라고 한다.
토끼와 조끼 발음이 같게 들렸는지 입고 있는 조끼에게 숟가락질로 무언가 먹이는 시늉을 한다.
토끼 쪼끼. 쪼끼 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