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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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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Oct 19. 2018

달콤 살벌한 육아

1.

서우가 방구를 뀌었다.

부욱~! 뿡, 뿌웅~

거센 기세에 주방에서 일하던 엄마가 놀란 얼굴로 돌아본다.

“오빠 방구야?”

“아니. 서우 방구야.”

“오빠 방구 뀌는 거 닮았네.”

“그래? 난 엄마 방구 닮았다고 생각했는데에~?”

“죽을래?”

아이 앞에서 다정하고 이쁜 말 쓰기가 어렵다며 아내는 한탄했다.

아내의 한탄을 이어받아 서우에게 건냈다.

“서우야, 우리 집에는 방구 대장이 있어.”

유심히 듣는 서우 귀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죽을래?”

“앗, 너였어?”

아내가 밥그릇을 들고 온다.

식은땀이 났지만 아들 앞이라 애써 웃음으로 무마한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육아 현장.


2.

서우가 플라스틱 식기 세트를 갖고 논다.

배고파하는 참에 소꿉 놀이를 시작해봤다.

(포크를 들고) “아유 맛있다. 쩝쩝쩝~ 꿀꺽!”

유심히 포크가 오고 가는 것을 보더니 자기한테 달라고 한다.

“아빠 먹어.”

“응 고마워~ 냠냠. 아 맛있다!”

이번에는 식판을 가리키며 말해본다.

“우와. 여기는 매실, 여기는 맘마(밥), 여기는 계란이 있네? 아구아구 쩝쩝.”

“여기 매실, 여기 맘마, 여기 음... 매실. 응!”

신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 이렇게 드러난다.

“이번에는 포도 먹어볼까? 이렇게 손으로 집에서 후릅~! 쪽쪽, 자 껍질 뱉었다.”

어제 각 한 송이씩 포도를 먹은 기억이 났는지 서우가 자기 입으로 포도 가져가는 시늉을 한다.

“포도 마시따~”

“응, 껍질 주세요.”

“여기.”

하더니 한 번 더 손을 입으로 가져간다.

“여기 씨 뱉어.”

내가 아직 하지 않은 씨 뱉는 시늉을 한다.

그러더니 포도를 한 움큼 집어 내게 건낸다.

“아빠 먹어. 다 먹어.”

와구와구 먹는 공기 맛이 포도보다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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